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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0 18:09 수정 : 2005.07.13 02:50

“역사기록 소명감에 10kg ENG카메라 무거운지 몰라요”

“경찰서에서 취재할 때 날라 온 의자에 맞을 뻔한 적도 있어요. ‘어디 여자가 카메라를 들이대느냐’며 피의자가 집어던지더군요. 또 독도 문제가 불거졌을 땐, 분신을 시도한 사람 옆에 있다가 제 머리카락에 불이 옮겨 붙어 긴 생머리를 잘라내야 했죠. 눈물을 머금고요….”

<에스비에스> ‘8시 뉴스팀’의 최하나(25)씨의 머리는 그래서 단발이다. 우리나라에 흔치 않은 여성 방송카메라기자이지만, ‘힘 좋게 생겼으리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어긋났다. 외려 첫 인상은 앳되고 약해보였다.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닐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방송계에서 거친 직업으로 통하는 방송 카메라기자. 위험한 현장을 가리지 않고 무게 10㎏짜리 이엔지(ENG)카메라를 들고 뛰면서 부대껴야 하는 일이다. 웬만한 남성들도 체력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직업. 여성을 찾아보기란 더 어렵다.

그런데 최씨는 이 길을 골랐다. 성균관대 영상학과를 졸업하고 에스비에스에 입사한 지 7달이 넘어가고 있다.

“카메라 속 뷰파인더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지 몰라요. 그래서 지원했죠. 좋아하는 일만 생각했을 뿐, 여성이라는 건 의식하지도 않았어요. 그렇지만 주변 시선이 부담스러울 때가 없는 건 아니에요.”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여성이 결정적 한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꾸준히 운동을 하며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일이 즐겁다. 카메라기자로서 가장 필요한 것은 육체적 힘이 아니라, 험난한 상황을 끝까지 버텨낼 수 있는 끈기와 열정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특히 카메라기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보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에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이라는 소명감을 지니고 일에 나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국외 출장을 다녀온 선배께 들었어요. 유럽에는 여성 카메라기자들이 아주 많다고요. 가까운 일본에도 여성 카메라기자들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고요. 유독 우리나라만 이 분야에 여성들이 많이 진출하지 못하는 건 사회의 편견 탓이라고 봅니다.”

아직까지도 현장에 나가면 적잖은 사람들이 ‘아가씨’라고 불러대는 통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흔히 벌어지는 몸싸움에서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강단이 있다고 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여성 동료가 없는 것이란다.

“여성 동료가 없다는 게 늘 2%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비슷한 꿈을 꾸며 같은 길을 걸어갈 여성 동지들이 늘면 덜 외로울 것 같아요.”

글·사진 조은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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