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13 17:50
수정 : 2005.09.14 17:28
“어께 무겁지만 다양한 경험·추진력…국회 분위기 바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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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성만으로 보좌진을 꾸린 유승희 의원(왼쪽)은 인재를 찾다보니 주위에 ‘준비된’ 여성들이 많아 적극 채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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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정책 보좌진만 모인 국회의원실이 생겼다. ‘아마조네스 군단’의 사령부는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실. 최정혜 정책비서(31), 김용화 비서(29)와 함께 최근 채용된 최은숙 보좌관(40), 하정은 보좌관(35), 장양미 비서(29)까지 5명이 모두 여성이다.
지난해 6월 처음 의정활동을 시작할 때 유 의원 방에는 보좌관 1명과 비서관 1명 등 2명의 남성 보좌진이 있었다. 지금도 운전과 일정관리를 맡은 수행 비서가 남성이지만 입법·정책 활동을 돕는 실질적인 보좌진들은 모두 여성인 셈이다.
여성만으로 정책 보좌진을 짠 데 대해 유 의원은 “남자만 있는 의원실이 다수인데, 여자끼리 있다고 뭐가 이상하냐”고 되물었다. 그는 “국회 안 보좌진 가운데 여자가 너무 적은게 아니냐”며 준비된 여성 인재들이 많아 이들을 적극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여성계에서는 여성에 대한 홀대가 심한 곳 가운데 하나로 국회를 꼽는다. 최 정책비서는 “전체 보좌진 1800여명 가운데 4~5급 보좌관은 600여명, 이 가운데 여성은 10명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여성 의원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지로 지난 3월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여세연)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17대 국회 개원 뒤 한 의원실에 2명씩을 둘 수 있는 4급 보좌관에 여성을 한 명도 두지 않은 여성의원이 40명 가운데 70%인 28명이나 됐다. 전체 여성 의원의 보좌진 236명 가운데 여성은 34%에 그쳤다.
“방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덕담을 던지는 이들도 많지만, 여성끼리 어디 잘하나 보자는 식으로 얘기하는 이들도 많다”는 최 비서의 말대로, 이들은 한결같이 “어깨가 무겁지만 다양한 경험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국회의 분위기를 바꿔보겠다”고 자신했다. 여성 분야를 맡게 된 최 보좌관은 노동·복지 분야에서 뼈가 굵은 사회복지사 출신이고, 과학기술분야를 담당한 하 보좌관은 국가회계에 관심이 많아 미국공인회계사 자격증까지 갖고 있는 데다, 여세연에서 6년간 일해 정치분야의 경험이 있다. 장 비서는 신학 석사를 마치고 박사학위를 잠시 보류해둔 채 현실 정치에 뛰어든 재원이고, 정보통신 분야를 맡은 최 정책비서는 정보통신위를 보좌하느라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문맹자 지원 단체를 돕는 ‘문해기초교육법’(가칭)이란 법안을 혼자 도맡아 발의를 코앞에 둘 정도로 일 욕심이 많은 ‘열정파’다. 무엇보다 이들은 여성정책의 제도화와 여성정치세력화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이다.
하 보좌관은 “여성보좌진들의 수가 더 많이 늘어 호주제 폐지처럼 사회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차세대 여성정치 지도자가 되려는 이들에게 좋은 터전을 만들어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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