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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1 17:17 수정 : 2005.10.12 13:44

지난 8일 홍익대 앞 광장에서 열린 제7회 월경페스티벌 ‘피고지고’ 행사장에서 대안 생리대에 대해 설명하는 ‘피자매연대’ 사람들. 대안적 삶의 한 양식으로 여성·환경운동가들이 주도해 첫 선을 보인 대안 생리대는 최근 일부 기업이 본격적으로 판매에 뛰어들면서 상업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대안적 삶 위한 면생리대
기업체 뛰어들면서 경쟁 심화
식약청은 무허가 판매 제재 나서
여성·환경단체도 위축될 판

대안생리대를 둘러싸고 말이 많다. 대안생리대는 일회용 생리대와 달리 씻어서 다시 쓸 수 있는 친환경적인 생리대를 가리킨다. 말 그대로 대안생리대는 반자본주의적이고 대안적인 삶의 한 양식으로 제안됐다. 하지만 최근 ‘운동’ 차원으로 보급되던 대안생리대 판매에 일부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상업화, 경쟁하는 대안생리대=대안생리대의 시장성이 높아졌다. 일부 생산·판매업체는 대기업 인터넷 쇼핑몰이나 대형 마트 등에 입점까지 할 정도다. 특수섬유로 만들어 특허를 신청한 업체도 생겼고, 유기농 수입업체 등 판매업체만도 열 군데가 넘어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6월에는 한 유기농 생리대 수입·판매업체가 일부 업체들이 허가 없이 면생리대를 제조·판매하고 있다며 식약청에 진정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고, 식약청은 10여개 업체에 대해 판매금지, 약식명령 등 행정조처를 취했다. 연간 2700억원에 이르는 일회용 생리대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안생리대 매출이 시장에서 잡히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면서도 “일회용과 마찬가지로 위생성과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쟁과 규제는 상업화의 길에 접어든 대안생리대 시장의 첫 ‘고비’인 셈이다.

대안생리대 판매를 둘러싼 불법 논란=일단 여성환경연대, 초록정치연대 등 일부 환경단체들은 식약청의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환경법률센터 정남순 변호사는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생리는 질병으로 간주돼 의약외품으로 취급된다”며 “규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면 현재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안전성 검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본 뒤 규제 관리의 절차와 방법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기준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할수록 공동체 정신에 따라 면생리대 운동을 펼치던 자활업체 등 영세 생산자들이 불리해진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초록정치연대 이민주씨는 “의사나 약사 등을 직원으로 둬야 하는 의약부외품으로 취급될 경우 면생리대를 생산하는 기존의 운동단체나 자활단체 등이 감당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대안생리대 운동의 시작=대안생리대를 처음 제안한 이들은 여성·환경운동가들이다. 이들은 식약청의 제재 외에도 ‘운동’ 차원에서 벌이던 대안생리대 생산과 판매가 기업의 이윤창출 도구로만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하기도 한다. 대안생리대 운동을 여성의 몸 살리기와 거대 산업자본에 반대하는 반자본운동으로까지 연결시킨 대표적 단체가 바로 ‘피자매 연대’(bloodsisters.or.kr)다. 이들은 손바느질한 제품의 판매수익금을 이주노동자 등 소수자들을 위해 쓰면서 공동체 정신을 강조한다. 비슷한 시기에 면생리대 생산과 판매를 시작한 여성주의자활생산공동체 ‘마고할미’(www.magoshop.co.kr)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고할미의 김수정씨는 “궁극적 목표는 판매를 통한 이윤 확보가 아니라 바느질거리를 통해 삶의 새로운 관계망을 구축하기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다. 면생리대 대중화에 기여한 이들 두 단체에 이미 상업화한 면생리대 시장은 기회가 아니라 도리어 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피자매연대 활동가 조약골(33·별칭)은 “여성의 몸에 대한 자본의 지배력에서 벗어나자는 뜻으로 운동을 시작했지만 면생리대 업체들이 다수 생긴데다, 식약청의 제재까지 벌어져 당황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에코생협의 최재숙 이사는 “이미 시장성을 인정받은 대안생리대 시장에서,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제안한 이들이 오히려 활동의 위협을 받아선 안 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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