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0.23 18:27 수정 : 2005.10.23 18:27

“여성주의 시선 인정받아 기쁩니다” 박영숙씨

“여성주의 시선 인정받아 기쁩니다”

사진작가 박영숙(65)씨가 지난 21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제3회 고정희상을 받았다. 이 상은 여성주의적 대안문화단체인 ‘또 하나의 문화’(이하 또문)가 운동가이자 시인이었던 고정희의 10주기를 맞아 2001년 제정됐으며 여성 연대에 힘을 쏟거나 소외된 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인 이들을 2년마다 선정해 수상해 오고 있다.

지난 21일 12일간의 유럽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박씨는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과 빠리 루메르 갤러리에서 연 한국작가전에서 몇몇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수상 날짜에 맞춰 급히 귀국한 그는 감격스러워했다.

“독일에서 수상 소식을 들었어요.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20여 년 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살아온 지난 내 삶을 비로소 인정받은 기분입니다.”

‘또문’ 관계자는 이번에 박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업적이 과소평가됐다”며 “그간 여성주의적 작품 활동을 인정해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여성 미술계에서 이름이 높은 사진작가로,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여성의 정체성을 작품에 담아왔다. 임신한 여성의 배 위로 흐르는 지구의 풍경을 합성한 작품이나 유방암으로 떼 낸 자신의 가슴을 찍은 작품 등은 여성의 삶을 정곡으로 찌르면서도 심미성을 놓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80년대, 남성중심적인 일부 민중미술가들은 그를 포함한 여성주의적 미술가들의 작품을 ‘미 제국주의적’이라며 눈총을 줬고, 여성계조차 그의 공적을 인정하는 데 극히 인색했다.

“여성주의적 미술은 늘 인정을 못 받았어요. 여성미술제에서조차 여성미술의 계보 안에 88년 고정희와 함께 했던 최초의 여성주의적 전시회인 <여성시와 그림의 만남전>에 대한 기록이 없어 항의한 적도 있었죠.”

그의 작업은 사회 제도 안에 편입되지 못하고 주변을 떠돌다가 허망하게 사라져간 여성들의 굴곡진 삶에 집중해왔다. 더욱이 99년부터 올해까지 내놓은 ‘미친년 프로젝트’시리즈는 여성으로 태어나 가부장적 억압에 짓눌려 결국 정신을 놓아버리거나 어려움 속에서도 굽히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따라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했다.

“나에게 예술은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지를 제시하는 철학적 작업이었죠. 앞으로 나이 들어 여유로워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사진 또 하나의 문화 제공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