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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1 17:35 수정 : 2005.11.02 16:24

정부의 저출산정책이 구호성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0일 국회 저출산 및 고령화사회대책특별위원회가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한 ‘임산부의 날’ 선포식 장면.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보육료 좀더 준다고 출산파업 풀리 없다.
비정규직 여성 문제 등 강력한 노동시장 개선이 필수

정부가 마련한 저출산 종합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종합대책의 제목은 이른바 ‘둘둘 플랜’.(<한겨레> 10월30일치 1면) 남녀 두 사람이 결혼해 적어도 아이 둘은 낳아야 현재 인구가 유지된다는 얘기다. 정부안은 보육료 지원 확대, 출산친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다자녀 가구의 주택 공급 우선순위 부여 등을 담고 있다. 각 부처 저출산 대책의 ‘종합 선물세트’처럼 보이는 이 안에 대해 여성계와 관련 전문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책이 중산층 ‘정상 가족’을 주 대상으로 잡아 정책 소외대상이 많아진다는 까닭에서다.

중산층을 위주로 한 출산장려정책=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다자녀가구에 주택공급의 우선순위를 주고, 가족수당을 가족수에 따라 적용하며, 혼인과 출산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는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출산친화적’인 기업환경을 조성하려는 정부의 대책도 다수 마련됐다. 정부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남성노동자의 육아휴직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홍보하기로 했다. 임신과 출산시 여성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 출산친화적인 기업에 대해서는 포상, 재정적 지원 등을 해주기로 했다. 월 1일의 태아검진 휴가와 불임휴가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조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화여대 김정희 연구교수는 “임신 출산을 위한 휴가나 출산친화적인 기업을 조성해 혜택을 받는 여성도 적을 뿐만 아니라, 정책 대상자인 중산층 여성에게조차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젊은 고학력 집단일수록 출산과 양육 때문에 직장을 포기하는 비율이 큰데, 그들이 며칠간의 휴가를 늘이거나 출산친화적인 기업의 문화에 혹해 ‘평생 숙제’가 될 아이를 갖지는 않을 것이라는 진단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가 대표적인 경우다. 일본은 지난 87년 합계출산율이 크게 떨어진 이른바 ‘1.57쇼크’로 ‘엔젤 플랜’과 ‘뉴 엔젤 플랜’ 등 보육 지원정책을 강화했다. 하지만 일본의 올해 합계출산율 예상은 1.35로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은 여전히 불리= 모성보호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나 영세사업장 여성노동자들은 이번 정책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로 인해 이번 정책이 복지 차원에서 차별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송다영 교수는 “일하는 여성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영세자영업자나 무급가족종사자 등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남게 된다”고 우려했다. 황현숙 평등의전화상담소장은 “복지적 지원은 고사하고 지금 있는 노동법규라도 제대로 지키게 해야 한다”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가장 자주 상담해오는 문제인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불이익’을 막으려면 좀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에서만큼은 기업에게 ‘당근’을 주는 것보다 여성의 결혼이나 출산으로 인한 차별을 뿌리뽑고, 여성을 비정규직화하는 성차별적 노동관행을 개선하는 등 더욱 강력한 노동시장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 이화여대 여성학과 이재경 교수는 “이번 대책을 보면 실효성이 의심되는 정책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지금이라도 가부장적 문화와 노동시장에서 성차별적 구조를 개선한 프랑스와 스웨덴의 사례를 통해 정부의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대 사회학과 김혜경 교수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아이를 많이 낳으라는 식의 인구분석적 접근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는 여성의 처지에서 사회구조 전반적인 재편을 시도하는 성인지적 관점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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