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8 18:56
수정 : 2005.11.0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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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맞는 여성노인 늘어 일본도 대책마련 고심” 다카토 사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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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았겠지’라는 말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준다. 일본도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3일에 1명꼴로 1년간 100여명의 여성들이 남편 손에 살해당하고 있습니다. 가정 폭력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도 여전히 사건을 숨기는 경향이 많아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법개정과 인식을 바꾸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비영리민간단체인 전국가정폭력상담기관연합회(엔피오 네트워크 니지)의 사키코 다카토 대표가 지난 4일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을 방문했다. 그는 오는 25일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에 여는 아시아 공동 캠페인의 일본쪽 총책임을 맡았다.
“고령화사회 대비… 여성노인 보호 시급”
한국, 중국, 몽골, 필리핀, 일본의 가정폭력방지 활동가들은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여성학대회에서 만나 각국에서 올 행사를 함께 치르기로 약속했다. 아시아 여러 나라의 여성들이 비슷한 가정폭력 문제를 겪고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가정폭력에 대한 대비책이 썩 훌륭하지 않아요. 언론도 다수의 폭력 가장은 내버려둔 채 폭력 가장을 죽인 여성들만 매도하기 일쑤지요.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너무 미약해요.”
다카토 대표는 일본과 한국 두 나라의 가정폭력 문제가 비슷하다고 했다. 두 나라 모두 가정에서 신체적인 폭력을 당하고 있는 여성이 6명 가운데 1명 꼴로 숫자가 비슷하고, 노인 여성들의 가정폭력 발생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약해 기소유예나 집행유예 처분이 많은 점도 공통적이다.
“두 나라 모두 가정이 해체되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여성과 어린이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문제인 걸요.”
그는 요즘 노인 문제가 일본에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 학대를 막으려고 일본 의회는 2주 전 고령자학대방지법을 통과한 바 있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책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지난 9월 노인수발보장법 등 노인 돌봄노동에 대한 법 제정 움직임이 있지만, 노인 학대에 대한 준비는 아직 미비한 수준이다.
다카토 대표는 “경제적인 자립능력이 부족하고 남편보다 수명이 긴 고령자 여성에 대한 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가해자들은 대개 아들이나 간병인들인데, 건강한 노인 여성으로 사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1366 위기전화가 있는 것과 달리, 일본에는 24시간 여성폭력 위기상담을 받는 시스템이 없다. 그는 이번 방문으로 한국의 위기전화 시스템을 연구해 일본의 여성 위기전화 네트워크 구축에 힘쓸 예정이라고 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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