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29 16:12
수정 : 2019.03.2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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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유해정보사이트 차단 안내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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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불법촬영물 SNI차단 머리를 맞대보아요’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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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유해정보사이트 차단 안내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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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인권이나 표현의 자유가 전에 없이 키워드로 떠오르는데, (이런 것들이) 여성 생존권에 앞서서 보장돼야할 권리라고 절대 말할 수 없다. 이 권리들은 충돌하고 부딪칠 수는 있지만 어느 한 쪽의 권리가 부러져야 지켜지는 권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루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음란물과 불법도박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막고자 실시한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필드 차단’조치는 ‘검열’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뜨거운 감자가 됐지만, 이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SNI 차단 우회법’이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널리 공유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효성만이 아니다. 이 조치의 심의 기준이 무엇인지, 제도가 완전하지 않다면 어떤 방법으로 보완할 수 있는지, 계속되는 불법촬영물 유통에 대한 피해 예방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국가적 논의는 부재한 상황이다.
28일 저녁 서울 서교동 창비 서교빌딩에서 열린 ‘불법촬영물 SNI차단 머리를 맞대보아요’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서랑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와 미루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이러한 차단조치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불법영상의 촬영·배포 당사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위한 국제 공조수사 노력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방심위의 차단 조치가 ‘불법정보 차단이나 피해구제’와 같은 애초 목적에 위배될 때 보완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 부대표는 SNI 차단조치를 두고 불과 3일만에 1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차단 반대’ 국민청원에 서명을 할 정도로 논란이 커졌던 건 “디지털 성폭력 피해구제의 중대성, 긴급성, 공익성보다 정보인권 침해의 불확실한 ‘가능성’을 지나치게 부풀려서 확대한 것이 핵심”이라고 봤다. 피해구제의 시급성을 고려하면, 비록 완전하진 않더라도 불법 촬영물 유통사이트 차단 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 서 부대표의 설명이다.
문제는 SNI 차단조치가 기술적으로도 유효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루 활동가는 “이번 규제는 기술적인 결함을 이용한 차단 정책으로 이미 해당 결함을 제거한 다음 버전(기술)이 개발된 상태”라고 했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는 순간 이 조치 자체가 무력해진다는 얘기다.
심의 주체의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권한이 확장되는 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미루 활동가는 “그동안 방심위의 행보에 비춰보면 방심위의 권한 확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실제로 방심위는 법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정부와 기업 비판적 게시물, 성소수자 커뮤니티 등을 과도하게 차단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0년 “(방심위의) 총 심의건수 가운데 중앙행정기관 등 공공기관의 신청에 의한 것이 2008년 14.4%에서 2009년 44.5%로 3배 가량 증가했다. 중앙행정기관의 심의제도를 악용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개선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결국 SNI차단 조치에 대한 논란은 불법촬영물 유통 등 디지털 성폭력 문제의 끝이 아닌 시작점일 뿐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어떤 방식으로 방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미루 활동가는 “심의위원에 정부 인사를 꽂는 방식이 아니라 여성 억압, 인종 차별, 혐오에 대한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야 한다”며 심의기구의 독립성과 심사기준의 객관성 확보가 관건임을 강조했다.
서 부대표 역시 “(방통위·방심위가)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 문제라면 별도의 감시체계에 대해 논의를 하는 방향이 맞다”고 짚었다. 차단 리스트에 오르는 불법사이트 선정 기준의 객관성을 확보, 강화하거나 신뢰 가능한 독립기구를 만드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단 얘기다. 그는 “(디지털 성폭력은) 국가가 직접 개입 가능한 유일한 성폭력”이라고 강조하며 “여성폭력을 막으려는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면 그 자유가 어떤 자유였는지, 누구의 기준으로 ‘자유’라고 불릴 수 있었는지, 여성에게도 그것이 ‘자유’로 보였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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