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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0 17:52 수정 : 2005.12.21 13:57

여성 독신 노동자가 입주해있던 근로복지아파트의 매각 계획을 둘러싸고 1300여명의 입주민과 근로복지공단이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근로복지아파트에 입주민들이 매각 항의의 뜻을 담아 내건 펼침막. 사진 복지타임즈 제공

근로여성임대아파트 매각 방침 논란

저소득 여성 노동자들이 살던 근로복지공단의 근로여성임대아파트에 대해 공단이 매각할 방침임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근로여성임대아파트는 공단이 지난 86년부터 ‘독신여성근로자의 주거환경개선 및 주거생활비 절약으로 실질소득증대를 통한 근로자의 복지증진을 도모한다’는 목적 아래 설립한 독신여성근로자 전용 아파트다. 현재까지 부천, 인천, 춘천, 대구, 부산 등 전국 6곳에서 총 820세대 입주자 1922명(올해 4월 현재)이 살고 있다. 80년대 지방 여성들이 대거 도시의 공단으로 몰려들면서 이들에 대한 주거공간 마련이 시급하던 때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었다. 이 아파트는 월 3만~4만원의 싼 임대료 덕분에 지금까지 저소득 독신여성 노동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전국 6곳 1922명 입주… “비용효과 떨어져”
근로복지공단 매각 밝혀… 입주자들 반대운동 팔걷어

공단이 이 아파트를 매각한다는 소문은 몇년 전부터 입주자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입주자들은 “공단에 매각 계획을 문의할 때마다 공단이 사실을 숨겨왔다”고 주장한다. 입주자들이 매각 계획을 확인한 것은 지난 11월말. 공단쪽이 근로여성임대아파트 운영규정을 개정해 입주자들에게 통보하면서부터였다. 문제의 조항은 ‘아파트 매각계약 체결후 점유 회복이 필요한 경우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입주자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이다. 입주자들은 이 조항에 따라 계약 기간이 남아있을지라도 매각 계약이 성사되면 재빨리 입주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공단쪽은 매각을 하더라도 입주자의 계약 기간만은 보장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쪽 관계자는 “5년 전부터 매각이 이미 결정돼 있어 돌이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입주자들에게 이를 숨긴 적도 없으며, 기획예산처의 기금운용평가단에서 결정한 정부의 정책이기 때문에 매각은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아파트 매각 사유는 아파트가 낡은 데다, 비용효과면에서 사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까닭에서다. 공단쪽은 △수혜대상자가 전국 6곳뿐이어서 지역적으로 한정돼있고 △국민주택기금 및 지자체 사업과 중복돼 비용효과적인 사업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대두되며 △근로시간 단축, 주 5일제 근무 등 여가생활욕구에 부응하는 복지사업으로 개선 필요성이 높아진 것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입주자 대표들은 기가 막히다는 반응을 보인다. 무엇보다 독신 여성 노동자들을 내쫓고 근로시간 단축 등 여가생활을 위한 복지사업으로 기금을 전환한다는 정부 계획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태다. ‘근로복지아파트 매각결사반대 연대회의’ 소속인 입주자 김은하씨는 “단신의 미혼 여성 노동자들은 가족이 있는 여성 가장 등에 밀려 국민주택기금의 혜택을 받을 수도 없다”면서 “지자체의 여성아파트에는 29세 미만이라는 연령제한이 있어 나이든 여성 독신 노동자들이 갈 곳이 마땅히 없다”고 말한다. 현재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저소득 여성대상 아파트는 입주자격이 28살까지로 한정돼 29살 이상 여성들은 신청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이 운영중인 독신여성노동자 아파트 6곳의 총 감정평가액은 361억 1100만원. 하지만 이곳을 사겠다는 기관이 마땅히 없고 한국주택공사에서도 매입 불가 방침을 통보한 상태다. 하지만 공단쪽에서 매각 결정 자체를 되돌이키기는 힘들어보인다. 일단 기금운용평가단에서 아파트 시설이 낡아 시설 유지비용의 증가가 예상되고, 비용효과적인 사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김은하씨는 “국가가 투자에 밀려 근로자의 복지를 잊었다”며 “앞으로 매각반대 서명운동 등 사태 해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지친 날개 쉬었다 다시 날아가세요”
성매매여성 사회복귀 돕는 첫 그룹홈 ‘소소뜨라’ 문열어

한국여성의 집 민승호 원장이 ‘소소뜨라’ 개소식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여성의 집 제공

여성가족부 지원으로 탈성매매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그룹홈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탈성매매 여성 쉼터인 ‘한국여성의 집’이 서울 마포의 한 아파트에 만든 ‘소소뜨라’. ‘솟아서 뛰어 오른다’는 뜻의 순 우리말로 ‘한국여성의 집’에 사는 32명의 여성들이 함께 지어 붙였다. 이 그룹홈은 탈성매매 여성들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도우려고 만들어졌다.

“강한 자, 약한 자 구분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좀더 자신있고 당당하게 살고 싶습니다.”

15일에 열린 개소식에는 탈성매매 여성들의 소망을 담은 풍선들이 손님을 맞았다. 생각만으론 허름하고 좁겠다 싶지만 ‘소소뜨라’는 웬만한 아파트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교통 여건이 좋다. 천장에 붙은 에어컨이며, 방방마다 놓인 개인용 간이 화장대, 하얀 최신식 싱크대 등 실내 공간도 아늑하고 아름답다. 정원 7명의 머릿수를 맞춰 차넣은 장롱을 보면 한 사람 한 사람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한국여성의 집’ 민승호 원장은 “지친 이들이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단장했다”고 말했다.

‘소소뜨라’는 지난 4월 여성가족부가 수요조사를 한 뒤 만들기로 한 4개의 그룹홈 가운데 하나다. 실평수 30평대의 아파트로, 입주기간은 2년이다. 탈성매매 여성들이 월세값이라도 모아 나갈 수 있도록 월 2만원 정도의 유지비만 받는다.

입소 대상자는 탈성매매한 여성 가운데 사회에 진입할 채비를 두루 갖춘 이들이다. 현재 입주한 한 여성은 지난해 6월 성매매를 그만두고 두 달만에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10월에 미용사 국가자격증을 땄다. 올해 4월에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6월부터 피부관리사로 일하고 있다. ‘소소뜨라’에는 이들의 생활에 도움을 줄 지원인력 2명도 함께 생활한다. ‘한국여성의 집’ 이정미 사무국장은 “자활능력을 갖춘 탈성매매여성에게 주거 공간을 지원하는 일은 이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 집이 문을 열기까지 시청, 구청, 경찰 등 각계의 도움이 있었다. 하지만 ‘소소뜨라’와 달리 나머지 세 곳은 이런저런 어려움으로 아직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관련법이 정비되지 않은 탓이다. 마포구청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은 ‘소소뜨라’와 달리 한 곳은 수백만원에 이르는 취득세를 내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확보했지만 이웃들의 반대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 소소뜨라 역시 단체가 입주한다는 소식을 들은 이웃의 항의를 받았다. 민 원장은 “성매매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성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는 인식 속에서 피해자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구실을 사회가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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