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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04 21:33 수정 : 2019.06.04 21:38

지난해 8월 경찰청에서 열린 성평등 감수성 교육 모습. 경찰청 누리집 갈무리.

강사들, 교육현장 어려움 입모아

“경찰·교수·법조인·관료·교장 등
젊은 여성에게 반감·페미니즘”

“고위직 여성 적은 탓 문제 못느껴”

지난해 8월 경찰청에서 열린 성평등 감수성 교육 모습. 경찰청 누리집 갈무리.
“정부 부처들을 상대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한 경험이 있어요. 참가자들이 출석체크만 하고 우르르 나간다거나 아예 누워서 자거나 휴대폰을 보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죠.”(지현 페미니스트 교육연구소 ‘연지원’ 대표)

“대학교수를 상대로 교육을 할 때 한 교수가 여성학 책을 한권 읽었다며 자신이 ‘여성학을 다 익혔다’고 말씀하더라고요. 교수님 전공책 한권 읽고 그 분야 다 알았다고 제가 평가하면 어떻겠느냐고 반문하자 그제야 ‘부끄럽다’ ‘죄송하다’더라고요.”(로리주희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장)

성평등 교육을 받던 경찰 총경 승진자 등의 불성실한 태도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성평등 교육 강사들은 비단 경찰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교육자들은 “권력자 집단, 성공한 집단일수록 교육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교수, 법조인, 학교장, 고위직 관료 등이 수강 태도가 안 좋은 집단”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사를 무시하거나 가르치려는 태도까지 있다는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이 1999년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을 통해 처음 도입되고, 같은 해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공공기관은 성희롱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는 지침이 마련됐다. 20년이 지나면서 성평등 교육의 저변은 확대됐지만, 정작 사회문화적 인식은 제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수강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인 강사들에 대한 반감이 우선 거론된다. 여기에 최근 ‘미투’ 운동의 확산에 따른 때 이른 반감으로 반페미니즘 정서까지 더해졌다. 엄혜진 경희대 교수는 “학위를 갖고 있거나 ‘교수’란 직위가 있어도 사회에 퍼져 있는 여성에 대한 일종의 비하 정서가 그대로 남아 있다”고 짚었다. 여전히 성평등 교육자들의 권위에 대한 존중이나 권한의 제도화가 되지 않아 괴리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로리주희 센터장 역시 “만약 중장년 남성이 교육해도 이렇게 무례했을까 싶다”며 “(젊은 여성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경이나 임원 승진자 교육에서 빚어진 논란에서 보듯, 성비가 남성에 편중된 관리직군 문제도 있다. 광주여성재단이 2017년 지역 성평등 교육 강사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결과를 보면 이들은 “공공기관을 비롯한 각 기관 대표들의 성평등 의식이 성평등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꼽았다.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문제를 제기한 권수현 박사(여성학)는 “본인들이 위기를 느껴야 바뀌는 문제인데 관리자 직군의 성비가 극단적으로 불균형하니 자정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슷한 인식을 가진 남성들끼리 서로 지지해주는데다 성인지감수성을 굳이 갖지 않아도 “밥그릇”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절대 안 바뀐다”는 것이다. 권 박사는 “고위직 성비가 바뀌지 않는 한 교육 효과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성평등 교육 강사의 질을 높이고 콘텐츠를 개선하는 과제도 남았다. 일부 검증 안 된 사설기관이 단시간 교육 이후 강사 자격증을 주는 경우도 있다. 엄혜진 교수는 “‘피해자-가해자 구도’를 벗어난 관점의 콘텐츠 등 다양한 접근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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