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17 05:19
수정 : 2019.07.1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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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평등 국회를 위한 정치개혁과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한 전략회의’에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 여성 의원과 당직자, 여성단체 관계자, 21대 총선 출마 예정 여성 후보자 등이 참석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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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내년 총선 ‘지역구 여성 30% 공천 의무화’ 한목소리
여성의원 증가비율 1~2%p대 그쳐
이런 추세라면 ‘남녀동수’ 66년 걸려
민주 “2020년 여성정치사에 큰 획”
한국 “권고 규정을 강제 규정으로”
한계 이른 비례대표 ‘여성할당제’ 등
공직선거법 개정 움직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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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평등 국회를 위한 정치개혁과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한 전략회의’에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 여성 의원과 당직자, 여성단체 관계자, 21대 총선 출마 예정 여성 후보자 등이 참석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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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 만약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여성 의원이 추세대로 최대 2%포인트씩 늘어난다고 가정해도, 국회의 절반이 여성이 되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여성 의원 비율은 18대 13.7%에서 19대 15.7%, 20대 17.0%로 2%, 1.3%포인트씩 늘었다. 의원 선거가 4년마다 치러지는 것을 고려하면, 대략 2086년 총선이 돼야 성비 균형이 맞춰진다.
여성 의원 증가는 지지부진하지만, 여성 유권자 특히 20대 전반 여성의 정치 참여는 계속 활발해졌다. 18대 총선 때 24.1%로 여성 집단 중 가장 낮았던 20대 전반 여성의 투표율은 이후 40.4%(19대), 54.2%(20대)로 2배 이상 높아졌다. 남성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던 20대 후반 남성의 23.4%(18대)→36.3%(19대)→47.3%(20대)에 견줘 상승폭이 컸다.
‘미투’ 운동처럼 여성 이슈가 주요 정치 의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7년 8월 게시판이 개설된 이래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이 이뤄진 청원 10개 중 4개(39.8%)가 젠더 관련 이슈였다. 젠더 이슈는 국민청원을 통해 공론화된 뒤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 ‘웹하드 카르텔 방지대책’ 등 정부 정책으로 이어졌다. (
▶관련 기사 : 20만명 넘은 국민청원, 10개 중 4개는 ‘젠더 이슈’)
하지만 이런 바람에 견줘 여성 의원 수는 절대적으로 적다. 최근 오현주 정의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조혜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 등이 연구·발표한 <20대 유권자의 성적차이와 정의당 전략에 관한 에프지아이(FGI·심층면접) 조사연구> 보고서를 보면, 20대 여성 ㄱ씨는 “여성 정치인들이 사실 많지도 않고 그들도 젠더적인 이슈(에 관심을 갖는다)라기보단 ‘생물학적인 여성’분들이 여성정치를 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여성 의원 할당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여성 의원이 소수지만, 그나마도 여성이라고 해서 꼭 여성·젠더이슈에 관심을 갖는다고 느끼지 못한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그럼에도 “2018년 거리에 나온 여성들이 사용했던 문구 중 ‘경찰 90%를 여성으로’, ‘경찰총장과 검찰총장 여성 선출’에서 보듯이 여성들은 현재 여성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 해결되는 데 있어 ‘누가’ 권력을 쥐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다”며 “즉 성차별적이고 성불평등한 남성 중심의 권력구조 변경 없이 여성·젠더문제 해결이 요원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여야가 입을 모아 ‘지역구 의원 여성후보 공천 30% 의무화’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 위원장인 김상희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평등 국회를 위한 정치개혁과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한 전략회의’에서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는 여성 지역구 30% 공천 의무조항을 위해 만든 기구”라며 “미투 운동이 성폭력에서 시작됐지만 (결국) 평등한 사회를 향한 여성들의 투쟁이었던 것처럼 2020년 여성 정치사에 큰 획을 그어야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 기념식에서 “여성 (지역구) 30% 공천을 권고 규정에서 강행 규정으로 만드는 것에 합의하겠다”고 밝혔고, 홍영표·김관영 당시 민주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에 동의했다.
이미 지역구 공천 할당제를 통해 여성 비율을 높이자는 법안도 발의돼 있다. 공직선거법은 “(지역구 의원 후보는) 전국 지역구 총수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의무가 아니다. 현재 국회에는 이를 의무 규정으로 바꾸고, 위반하면 후보자 등록을 무효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중장년 남성 의원이 압도적 다수인 국회를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이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비례대표에 국한된 ‘여성할당제’는 한계에 이르렀다. 여성 비례대표 의원은 18대 27명, 19대 28명, 20대 25명이었다. 전체의 절반에 달한 셈이다. 반면 20대 국회 지역구 의원 중 여성 의원은 8.7%(26명)에 불과하다. 지역구 공천을 통해 여성 의원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후보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되, 그 후보자 명부 순위의 매 홀수에는 여성을 추천해야 한다”고 공직선거법이 명시한 비례대표 할당제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전체 후보의) 59.1%와 55.9%를 여성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했으나 새누리당은 27∼31번, 39∼41번, 43∼44번에, 민주당은 30∼34번에 여성을 배치함으로써 공천비율만 맞췄다”며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후순위에 여성들을 배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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