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7 11:14
수정 : 2019.08.0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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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대 사범대 교육연수원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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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정교사 자격연수서 “음담패설해주겠다”며 막말
“손만 잡아도 성병 걸려”, “성병 걸려서 이혼하는 사람 늘어나”
교사들 반발, 항의에도…연수원 “끝까지 들어야 출석인정할 것”
논란 불거지자 “강사관리 미흡…공개사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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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대 사범대 교육연수원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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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대 사범대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1급 정교사 자격연수에 초청된 한 강사가 “남교사는 노래방에서 여성과 스킨십할 때 꼭 홍채의 상태를 확인하고 시도하라”거나 “모 대학에선 신입생이 간호사, 치위생사 등 여학생만 418명인데 그 중에 50명이 성병이 있었다”, “B형 간염을 조사하니까 고등학교 선생님이 (걸린 비율이) 제일 많았는데 농담삼아 (말하면) 학생들과 손을 한 번 잡아봤기 때문”이라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6일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사람 블랙박스 건강분석> 강의에서 자신을 ‘홍채전문 박사’라고 소개한 강사 이아무개씨는 강의 도중 “선생님들을 모시고 하는 연수니 특별히 음담패설을 해주겠다”며 수차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이씨는 “60대가 지나면 여자 손만 잡아도 성병에 걸릴 수 있다” “내 친구 중 교장이 있는데 노래방에 갔더니 도우미가 이뻐서 도우미 손만 잡아도 성병에 걸린 거다” “여성은 남성과 스킨십을 시도할 때 남성의 홍채에 노란 줄이 있으면 간염보균자이니 뺨을 때려라” “성병에 걸려서 이혼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일부 교사들이 수업 도중에 나와 연수원 쪽에 항의했지만 연수원 관계자는 “(불만이 있으면) 설문지로 강의 평가를 하라”고만 답했다. 연수에 참가한 교사 ㄱ씨는 “많은 선생님들이 이종호 공주사범대 교육연수원장에게 항의를 했는데 원장이 ‘강의가 끝날 때까지 건물 밖을 나갈 수 없고 나가면 출석인정을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강의에서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이씨는 오후 강의에서 또다시 “음담패설이 없으면 재미없겠죠?”라고 이야기를 하다 현장에서 교사들의 항의로 이를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사들은 연수원의 강사 섭외 기준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정교사 자격연수는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9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소속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연수는 각 과목별 전문역량영역과 인문학,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 교사 리더십 등 기본역량영역으로 구성되며 수업 출결사항 역시 평가 요소에 반영된다. 논란이 된 강의는 기본역량영역 과목 중 하나로 편성됐다. ㄱ씨는 “전날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에서도 강사로 초청된 정아무개 교수가 ‘여성에게 최고의 찬사는 섹시하다는 것’이라고 발언해 (강의를 들은) 교사들로부터 불만이 제기됐는데 이런 강의를 듣게 됐다”며 “연수원의 강사 섭외 기준이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날 저녁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연수원 쪽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대학교 1정 연수(1급 정교사 자격연수) 중 강사의 음담패설”이란 제목의 글에는 “여러 선생님들의 항의와 문제제기에도 오전, 오후 강의를 강행한 연수원 쪽의 사과를 요청한다” “이 강사 뿐 아니라 성교육 강의에선 강사가 에이즈가 동성애로 인해 걸리는 것인 마냥 이야기를 하고 인권 관련 강의에선 강사가 ‘장애학생은 특수학교로 가야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강사를 섭외한 학교도 함께 반성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이 대학교에서 1정 연수가 열리지 않았으면 한다”며 연수원의 책임을 묻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일부 교사들은 이번 연수과정과 관련해 교육부에 민원 제기도 검토 중이다.
강사인 이아무개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성병이 있거나 생식기가 약한 사람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한 것일 뿐”이라며 “교사 연수에 섭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종호 연수원장님이 제 강의를 몇 번 들으며 배우러 다녔다고 들어 초청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종호 연수원장은 “강사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다음부터는 해당 강좌를 없애고 다른 강좌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이아무개씨와 연수원 쪽은 7일 오전 교사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씨는 “선생님들께 물의를 드려서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종호 연수원장은 “(선생님들이) 학생의 눈을 보고 건강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해당 강사를) 초청한 것”이라며 “다시 한 번 더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강사 분들 관리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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