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지망 영문학도에서 농학도로 돌아선 이미정씨
“10년 뒤요? 화훼업계의 ‘최고 경영자’(CEO)가 돼 있겠죠.” 13일 한국농업전문학교로부터 화훼과 합격 통보를 받은 이미정(22)씨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새학기부터 ‘농학도’로 새 길을 나설 이씨는 교사를 꿈꾸는 이른바 ‘명문대’의 영문학도였다. 경기 수원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2003년 고려대에 입학해 1∼2학년 내내 4.5점에 평균 4.29점을 얻을 만큼 성적도 우수했다. 재학 중 성적 우수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이제 행복하고 발랄한 ‘반란’을 꿈꾸고 있다. “반란이죠. 그런데 그게 ‘저 자신으로부터의 반란’ 같아요.” 그에게 대학생활은 끊임없는 경쟁과 요령 터득의 연장이었다. “학과생 80여명 중 3학년 때 교직을 지원할 수 있는 학생은 성적이 우수한 3∼4명에 불과해요. 그러다 보니 서로 학점 따기가 수월한 과목을 선택하고 시험 문제에 맞춰 공부하는 게 일상이었죠.” 암기식 공부 역시 고교 때와 마찬가지로 대학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그는 2학년을 마치고 교직을 이수할 ‘선택된’ 학생으로 뽑혀 동기의 부러움을 샀다. 중·고교 때부터 “음료수를 먹어도 몸에 좋다는 주스만 먹고, 공부 잘하는 학생”이다 보니 친구들이 ‘반듯 소녀’로 부른 그였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대학생활? 경쟁·요령의 경연장
10년뒤? 화훼산업은 블루오션
그러나 “이게 아니다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고 했다. “학과 성적과 달리 영어를 잘하고 탁월한 능력을 지닌 우수한 동료·선배들도 있었지만, 평가 방법으로는 시험이 유일하잖아요. 그리고 졸업 뒤의 취업을 위해 시험에 매달리는 경쟁의 틀은 대학을 넘어 평생 계속되잖아요” “살아가는 산 공부를 하고 싶어” 지난해 휴학한 이후로 이곳 저곳 회사에서 일했다. 지금은 영세 전구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 회사에서 경리를 보고 있다. “남에게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 어떻게 하면 남보다 좋은 점수를 얻을지만을 생각하는 공부를 대학 4년 내내 해서 내가 정말 얻는 게 무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영향으로 원예치료에 관심이 있던 그는 “화훼가 제일 나에게 맞을 것 같았다”며 마침내 ‘농학도’로 전향하기로 했다. 딸의 앞날을 걱정하던 부모도 이제는 든든한 후원자로 돌아섰다. 어머니 최광녀(48)씨는 “요새 젊은이들은 나이 든 사람하고는 생각하는 기준이 다른 것 같다”며 “자기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데, 하도록 해야죠”라고 말했다. 아로마 등을 이용하는 원예치료 같은 화훼산업이야말로 10년 뒤의 유망산업(블루오션)이라는 이씨의 당찬 말에는 도전하는 20대의 당당함이 묻어 있었다. 화성/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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