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26 19:48
수정 : 2006.01.26 19:48
“승진·정년 차별 인정했지만 성차별 관행은 여전”
“40살에 정년 퇴직이라니… 인정할 수도, 믿을 수도 없었습니다.”
정영임(45·사진)씨는 여성·노동계를 떠들썩하게 한 ‘40살 조기직급 정년사건’의 주인공이다. 성차별적 조기직급 정년사건의 부당성을 제기한 지 4년만인 지난 1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성차별적 채용, 성별 직군제, 승진 차별 등이 섞인 성차별 고용관행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왔다.
정씨는 1985년 한국○○협회에 행정직 6직급으로 입사했다. 반면 남성은 이보다 상위인 5직급으로 나눠 채용했다. 입사 뒤 회사는 행정직 여직원들의 직급을 없애고 상용직제를 신설해 10년 동안 상용직으로 일했다. 10년만에 행정직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승진은 하늘의 별 따기. 입사 15년만에 5직급으로 겨우 한단계 승진했다. 남성들이 입사와 동시에 5급이 되는 것과 달리 정씨는 15년의 세월을 거쳐 5직급으로 승진했던 셈이다. 39살에 승진을 한 뒤 정년까지는 고작 1년을 일했을 뿐이다. 회사에서 쫓겨나고 여성부,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행정법원 등에 조기정년의 부당성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등법원은 정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승진 및 정년 차별을 인정해 정씨의 해고를 위법으로 판결했다. “회사에서 합의 요청도 있었지만 확신을 가지고 기다렸습니다. 복직해도 불합리한 점이 남아있다면 계속 싸우고, 대법원에 간다면 당당히 응할 예정입니다.”
갈 길은 아직 남았다. 법원은 남성을 5직급, 여성을 하위인 6직급으로 나눠 채용한 것에 대해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이번 기회에 업무와 직급에 제한을 두는 성차별 관행을 완전히 뿌리뽑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복직 절차를 밟아 조기정년이 아닌 정상적 과정으로 퇴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여성 후배들에게 “부당함을 알고도 덮는다면 세상은 변화하지 않는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한국여성민우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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