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31 18:59
수정 : 2006.02.01 13:57
■ 이혼전 교육비디오 만든 서동일씨
협의이혼을 하려고 가정법원에 들어서면, 판사의 확인을 기다리는 동안 법원에서는 비디오를 틀어준다. 이혼으로 겪는 외로움, 아픔 등을 기록한 한 방송사의 다큐멘터리다. 이혼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라는 취지라고 해도, 지나치게 이혼의 부정적인 영향만을 다루었다는 지적이 많다. 객관적이어야 할 법원이 먼저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심어준다는 비판이다.
이에 비해 최근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내놓은 이혼 전 교육 비디오물 <현명한 선택-이혼, 현실과 미래 더 생각해보기>는 상대적으로 좀더 객관적이다. 각 상담소가 이혼 전 상담자들의 교육을 할 때 쓰는 교육홍보물로, 법원의 비디오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혼 경험자, 정신과 전문의, 이혼전문 변호사 등을 인터뷰한 내용으로 꾸몄다. 만든 이는 지난해 장애인의 성을 다룬 다큐멘터리 <핑크 팰리스>를 내놓았던 영화감독 서동일(36)씨다.
서 감독은 “앞으로 이혼이 나의 이야기가 될지도 몰라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새신랑’이 할 얘기처럼 들리진 않는다. 서 감독은 지난해 동거를 하다가 아이를 낳은 뒤 아이의 출생신고에 앞서 혼인신고를 했다. 아내는 만화가 장차현실씨. 이혼한 경험이 있는 아내 또한 남편의 인터뷰에 응해 비디오에서 이혼 뒤 심경을 토로했다.
“이혼의 부정적인 면만 담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이혼해야 할 상황에서는 이혼해야 하지 않겠어요? 이혼 뒤 상황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라는 취지죠.”
가장 큰 난관은 섭외였다. 서 감독은 이 작업을 하면서 12명의 이혼 경험자들을 만났다. 10명은 여성이고, 2명은 남성이다. 남녀 모두 사회적 편견 탓에 본인의 이혼 사실을 밝히길 꺼려했지만 특히 남성쪽이 더 힘들었다. 서 감독은 “이혼 전 상담을 받으려는쪽도 여성이 훨씬 많고, 이혼에 대비하고 어려움을 나누려는 쪽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듯하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이혼에 대한 상식이 너무 없어 놀랐습니다. 몇년 동안 거의 매일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남편이 반대해 이혼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여성도 만났어요. 법률상 재판이혼을 할 수 있는지를 몰랐던 거죠.”
경험자들의 조언 밖에도 비디오에는 △자녀의 정서적 위기 극복방안 △이혼 후 법적인 문제 △위자료와 재산분할 △친권과 양육권 등의 법률적·심리적 전문가 조언을 함께 담았다. 결론은? 이혼하지 말라, 가 아니라 미리 대비하는 사람이 앞으로 인생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에 하나 이혼을 결심했다면 다음 할 일은 법률과 정보의 싸움이 되는 것 같아요.” 감독이 얻은 답이다. (문의: 한국가정법률상담소 (02)780-5688)
글 이유진 기자·사진 서동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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