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07 19:03
수정 : 2009.01.0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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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이웨이(46·사진 왼쪽) 조혜연(24·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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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여류명인전’ 도전 3번기… 올 여자바둑 가늠 무대
루이 9단 10년 정상…조혜연 ‘ 루이 바둑’ 보며 성장
바둑계 ‘여인천하’의 정점에는 중국 기사 루이나이웨이(46·사진 왼쪽) 9단이 있다. 1982년 중국에서 공인 4단을 인정받은 이후 20년간 세계여자바둑 정상을 지켜왔다. 세계 최초의 여자 9단(1988년). 1999년 한국기원의 배려로 국내 무대에서 활약한 10년 동안 지위는 흔들리지 않았다. 한국 여자바둑도 루이나이웨이한테 사숙하면서 솜털을 벗고 빳빳한 깃털을 갖추게 됐다. 절대권력 루이나이웨이의 ‘방패’와 신진 후배들의 ‘창’의 마찰음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9일 열리는 여류명인전(3번기)은 올 한해 여자바둑계의 지형을 가늠할 첫 무대다. 타이틀 보유자인 루이나이웨이에 맞서 조혜연(24·오른쪽) 8단이 도전에 나섰다. 12살에 입단한 ‘천재 기사’ 조혜연은 루이나이웨이한테 직접 배우지는 않았다. 그러나 루이나이웨이의 바둑을 보거나 실전을 통해서 성장했다. 조혜연은 루이와 가장 많은 대국을 한 국내 기사다. 국내 선수 순위에서는 박지은 9단에 밀려 있다. 하지만, 깐깐한 반면 운영으로 위압감은 크다. 2006년 고려대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한 뒤로는 바둑 보급을 위한 영문사이트를 개설했고, 클래식 음악에까지 취미를 넓히면서 일이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바둑에만 집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자주 내비친다.
둘의 대결은 한-중의 자존심도 걸려 있다. 루이나이웨이는 중국기원과의 내부갈등으로 남편과 함께 중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루이의 모국은 중국이다.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1회 세계마인드스포츠 대회 바둑부문에서 중국 대표로 나왔다. 조혜연은 박지은과 함께 한국 여자바둑의 쌍두마차다. 남자 기사들은 “남자 기사와 붙어도 5 대 5 승률을 갖추고 있다”며 실력을 인정한다. 지난해 바둑 한국리그에서 우승한 영남일보팀의 유일한 여자였다. 남자 위주의 바둑 판도에서 우뚝한 조혜연의 잠재력을 측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둘의 맞대결은 루이의 절대 우세(27승13패). 지난해 명인전에서도 조혜연은 2연패로 손을 들었다. 분명 조혜연으로서는 버거운 상대다. 젊은 패기와 임기응변에 많이 기댈 수밖에 없다. 둘은 남자바둑의 조훈현과 이창호의 관계로 비유되기도 한다. 그만큼 조혜연에 대한 기대는 크다. 과연 ‘호랑이새끼’가 어미를 넘어설 수 있을까?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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