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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07 17:57 수정 : 2009.04.07 19:20

박정상 9단의 흑돌백돌





박정상 9단의 흑돌백돌 /

사카다 에이오(坂田榮男), 가토 마사오(加藤正夫),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 올드 바둑팬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과거 일본 바둑의 고수들이다. 한국·중국의 프로기사들에게 그들의 바둑은 진리였다. 기보를 통해 보이는 그 강인함은 경외의 대상이었다. 1980년대 몇년간 이어져오던 한-일 프로기사 교류전은 한국이 너무 약하다는 이유로 일본이 폐지할 정도였다.

1989년 한국의 조훈현 9단이 세계 최대기전 응씨배에서 우승하자 그들이 한국 바둑을 다시 보긴 했지만 90년대 초반까지는 분명 일본이 바둑 최강국이었다. 일본의 7대 기전은 최고의 시합이었고, 특히나 기성전·명인전·본인방전의 도전기는 이틀에 걸쳐 대국하는 만큼 수준이 높아 한·중 프로기사들의 최우선 연구과제였다.

그러던 일본 바둑이 한국·중국에 추월을 당하더니 요즘은 세계대회 8강에서조차 일본 기사의 이름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가장 오래된 세계기전이자 일본 바둑의 심장부인 일본기원에서 벌어지는 후지쯔배. 이 대회에 2000년 이후 일본 기사가 결승에 올라온 것은 2004년뿐이다. 일본은 2005년 대만 출신 일본 기사 장쉬 9단이 엘지(LG)배 우승을 차지한 이후 세계대회 우승이 없다.

최근 2년간 세계대회 성적을 보면 일본 최고의 기전인 기성전 타이틀 보유자 야마시타 게이고 9단이 6승9패, 명인·천원 등 4관왕인 장쉬 9단이 10승9패, 본인방의 하네 나오키 9단이 1승3패, 10단 타이틀 보유자 다카오 신지 9단이 6승9패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랭킹 1위 이세돌 9단은 세계대회에서 일본 기사들에게 21연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젊은 기사들이 모여 연습하는 연구실에 가 보아도 한국·중국의 본선 이상 기보는 수두룩하다. 하지만 일본의 타이틀전 기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일본기원은 개혁이 없고, 젊은 사람들이 바둑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원성진 9단의 의견이다. 최철한 9단은 “근성이 부족하고, 꼭 이겨야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했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일본 기사들이 승부처에서 나약하다고 생각한다. 자국내의 제한시간 4~5시간 바둑에 익숙하기 때문에 제한시간이 3시간인 세계기전에서 시간에 쫓겨 승부처에서 나약하게 후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것이 패배로 연결된다. 이것은 한편으로 그들이 세계대회에 대비한 전략 수립이나 연습을 소홀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일류 기사들은 한국·중국의 기사들과 달리 공동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초반의 신수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

한-중-일 바둑 삼국지의 한 축을 맡아왔던 게 일본이다. 만일 일본기원과 일본 기사들의 획기적인 노력이 없다면, 그들을 반겨줄 세계무대는 점점 사라질 뿐이다. 그것은 동아시아 바둑으로서도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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