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4.21 21:10 수정 : 2009.04.21 21:10

바둑왕 향한 연구생 세계 “여기도 정글”

신동들 평균 7년 사관학교식 맹훈련
매주 리그전…한달마다 순위 매겨
바늘구멍 프로 관문…매일이 ‘전쟁’

프로가 되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길은 정해져 있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바둑영재가 모여 집중훈련을 받는 곳. 바로 한국기원 연구생실이다. 1986년 이창호 9단이 1기 연구생으로 프로가 된 이래, 23년 동안 프로기사 공급의 수원지 구실을 했다. 물론 일반인들도 프로 입문 기회는 있다. 하지만 체계적인 프로그램 속에서 실력을 벼린 ‘바둑 사관학교’의 재목을 당해내기는 힘들다. 그러나 연구생 ‘10년 공부’도 도로아미타불이 될 때가 많다. 한 해 10명에게만 허용된 입단 관문이 너무 좁기 때문이다. 프로의 길은 고행의 길이다.

■ 연구생, 보통 7년은 도 닦아야 2008년 프로 타이틀을 딴 10명(특별입단 외국인 1명 제외)을 보면, 연구생으로 들어와 프로 입단까지 평균 7년을 공부한 것으로 집계된다. 안형준은 2002년 연구생이 돼 6년 만에 입단했지만, 여자 기사 김미리는 2000년 연구생이 된 뒤 8년 만에 영광을 안았다. 이르면 4년 만에 연구생이 되는 특별한 사례(이호범)도 있지만 대개 6~8년이 걸렸다. 강창배는 2000~2005년 연구생 신분이었다가 일반인 자격으로 입단에 성공한 드문 사례가 됐다. 만 18살이 되면 연구생 자격을 박탈당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바둑 신동’들의 압박감은 커진다.

■ 엄격한 연구생 리그 유럽프로축구 리그보다 더 엄격한 게 연구생 리그제다. 남자(1~10조 모두 120명)의 경우 한달 단위로 각조 1~4위는 승진, 5~8위는 잔류, 9~12위는 강등을 시킨다. 매주 토·일 한국기원 5층 연구실에서 열리는 리그전 한 판 한 판의 대결이 피를 말리는 이유다. 10조에서 탈락하면 대기조에서 올라와 채우고, 1조에서는 1~8위가 잔류한다. 1조에 올라갈 경우 연간 리그성적으로 3명이 자동 입단하기 때문에 내부 경쟁은 치열하다.

■ 좁은 문 언제 넓어지나? 한해 10명(남 8, 여 2명)인 프로 관문은 너무 좁다. 실전 경험으로 단련된 연구생 1조원들의 실력은 프로 2~3단 정도는 된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기원으로서는 프로의 문을 넓히기가 쉽지 않다. 현재 프로기사는 모두 236명(남 193, 여 43명). 인원이 늘 경우 각자에게 돌아가는 바둑대회의 상금 규모는 작아진다. 프로기사에 지급하는 연구수당이 늘어나면 한국기원은 재정적 압박을 받는다. 한국기원 정동환 홍보팀장은 “세계기전 등 새로운 대회를 만들고, 상금 규모가 늘어나면 프로의 문이 넓어질 것”이라며 “일단 바둑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 7년반 만에 연구생 졸업 김정현

“어휴, 짐 벗은 것 같아요”

두달 연수 뒤 기전 출전


김정현(18·충암고 3)
지난 1일 연구생 입단대회를 통과해 프로 ‘별’을 단 김정현(18·충암고 3·사진) 초단의 표정은 환했다. 7년 반 동안의 연구생 길을 벗어난 후련함이랄까. 김정현은 “처음엔 몰랐는데, 부모님이 축하한다며 고기 뷔페에 데려간 날 실감이 났다”고 했다.

프로가 되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주말마다 연구생실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 연구생은 안 나오면 리그전 패로 처리된다. 평소 바둑을 훈련했던 바둑도장에서는 ‘사범’이라고 불린다. 바둑도장에 내던 수업료(약 68만원)도 면제된다. 김 초단은 서울 목동의 양천대일도장(원장 김희용)에 다녔다. 프로기사회에 가입해 기전에 출전하고, 한국기원과 기사회가 주는 퇴직금 대상자도 된다. 말 그대로 바둑계의 고시 합격이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2개월 연수 뒤,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는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김 초단은 “앞으로 기전에서 우승해야 하는데, 연구생 시절보다 더 어려운 과제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 입단 첫해에 반짝하지만, ‘2년차 징크스’를 보이는 기사도 있다. 자칫 여유를 부리다가는 어려운 관문을 뚫었음에도 이름 석자 남기기가 힘든 곳이 바둑계다. 김정현 초단은 “연구생 시절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로 집중하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우승하기가 더 힘들기 때문이다.

김창금 기자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