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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13 17:58 수정 : 2009.07.13 18:56

강동윤(20) 9단

후지쓰배서 이창호 이기고 첫 우승





소년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공부하자’며 바둑을 접었다. 그 길로 갔더라면 한국 바둑의 차세대 간판 대신 평범한 대학생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운명의 계시였을까? 시험삼아 1년 만에 출전한 어린이바둑대회 우승이 인생을 바꿨다. 스무 살이 된 청년은 세계기전 첫 제패로 바둑천하를 다투는 영웅들의 쟁패에 본격 합류했다.

중원싸움 즐기며 뒤집기 잘해
정체불명의 ‘UFO 바둑’ 별칭

‘국내용’ 꼬리표 단 3위 톱기사
“이제 부담감 털고 바둑 둘 것”

가장 오랜 국제기전인 후지쓰배 우승(6일)을 일군 강동윤(20) 9단을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만났다. 곱게 자란 티가 완연한 미소년의 얼굴은 밥 먹듯 처절한 싸움을 벌이는 승부사 같지가 않다. 상대의 아픈 약점을 ‘콕콕 찌르고’, ‘난해한 수’로 정신을 빼놓는다는 그의 기풍은 깃털 속에 숨겨둔 ‘칼’일 것이다. 세계기전 첫 타이틀을 딴 소감을 묻자, “덤덤하다”고 한다. 전화로 통화한 어머니는 “농담도 잘하고, 잘 웃긴다”고 했다. 본인은 “말을 많이 하다 보면 간혹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계했다.

내면이 깊은 강동윤에게도 17살의 이창호 9단, 19살의 이세돌 9단이 이룬 국제대회 첫 우승을 20살에 해낸 기쁨이 크다. 상금 1500만엔(1억9000만원)을 챙겼기에, “요즘 동료 기사 만나면 밥값은 내가 낸다”고 말했다.


국내 랭킹 3위의 톱 기사임에도 ‘국내용’ 꼬리표가 붙어 마음이 상했지만, “이제 부담감 없이 편하게 둘 것 같다”고도 했다.


강동윤 약력
강동윤은 신세대형 천재 기사다. 사범이었던 권갑용 7단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바둑이어서 딱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다. 항상 어려운 바둑을 두려고 한다”고 평했다. 통상의 기사들이 귀나 변을 선호하는 것과 달리 중앙싸움을 마다 않는다. 후지쓰배 4강 박영훈 9단과의 싸움도 중앙 대반전으로 이겼다. “상대가 좋아하는 포석을 비틀고, 좋아하는 대로 둔다”고 했다. 정형 없이 상대에 맞춰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스타일이다. 약점인 초반 포석을 극복하고 늘 뒤집기를 해내는 바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읽기의 힘이다.

그는 “수를 꼭 많이 읽을 필요는 없다. 판단을 위해 가장 적절한 수준까지만 한다”고 설명했다. 효율과 결합한 헷갈리는 바둑, ‘정체불명의 유에프오(UFO) 바둑’(권갑용 사범의 말)을 두기에 ‘외계인’이라는 별칭이 딱 어울린다.

강동윤은 후지쓰배 우승 소감에서 “5살 때 바둑을 시작하면서부터 존경해온 이창호 사범을 물리쳐 기쁘다”고 했다. 정말 그는 큰 산을 넘었다. 한번 물꼬를 텄기에 우승 사냥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8월 예정된 한-중 천원전 대결은 위상이 달라진 강동윤의 첫 국외 나들이다.

강동윤은 “우승 뒤 성적이 나빠지는 기사도 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성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도도한 물결을 탄 스타 기사의 자신감이 단아하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사이버오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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