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상 9단의 흑돌백돌
|
박정상 9단의 흑돌백돌 / 사상 최초로 바둑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10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에는 3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남자단체, 여자단체, 그리고 남녀 페어종목이다. 한국은 3개의 금메달 모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중 가장 취약한 종목은 역시 남녀 페어종목인데, 남녀가 한 팀을 이뤄 한 수씩 교대로 두어가는 이 룰이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하기까지 하다. 한국과 달리 중국은 매년 페어대회가 열리고 있으며, 일본에는 국제페어바둑협회가 있어 매년 국제 아마추어 페어바둑선수권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걸려 있을 정도로 중요한 페어바둑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 결과는 작년 베이징에서 열렸던 월드마인드스포츠 페어바둑 부문에 그대로 반영됐다. 당시 중국이 금메달, 대만이 은메달을 차지했고 한국은 온소진-이하진 페어조가 동메달에 그쳤다. 국내에서는 90년대 중반 이벤트로 페어대회가 치러져서 이창호-남치형 페어가 우승을 차지한 바 있지만, 그 뒤 페어대회의 맥이 끊겨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주 반가운 대회가 열렸다. 비씨카드가 주최하고 유창혁 바둑도장이 후원, 바둑TV가 가세한 2009 비씨카드배 페어바둑 챔피언십이 열린 것이다. 프로+프로나 프로+아마의 참가가 가능한 이 대회에는 그동안 페어대회에 목말랐던 55쌍의 팀이 참가해 지난주 8강까지 가려졌다. 참가팀으로는 프로-프로팀(20쌍)보다 오히려 프로-아마팀(35쌍)이 더 많았다. 시합과 축제의 중간(?) 느낌이 나는 이 대회에는 이색적인 팀이 여럿 보였는데, 여자기사 윤영민 3단은 아마추어 남편과 함께 대회에 참가했고, 중견기사 권갑용 7단은 옛 제자 하호정 3단과 짝을 이뤄 대회에 나왔다. 또 유일한 프로기사 부부인 위에량-권효진 팀이 출전했지만, 결과는 세 팀 모두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실제 커플들도 여럿 참가했다. 페어바둑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 중요한 것이 남녀의 호흡이다. 자기팀 선수의 수를 이해하고, 맞춰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파트너가 완착을 두어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두어서 부담감을 주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호흡을 맞추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실제로 시합장에는 남자 프로들의 한숨 소리가 잇따라 들려왔으며, 부담을 느낀 여자기사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이정우-조혜연 팀은 초반 번갈아 두는 순서를 어겨 5집의 벌점을 물었고, 결국 프로-아마 팀에 패하고 말았다. 8강까지 진출한 팀은 프로-프로가 5팀, 프로-아마가 3팀이다. 우승 후보로는 안조영-김은선 팀과, 최철한-윤지희 팀이 꼽히고 있다. 바둑은 개인전의 성향이 짙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대회가 치러지는 것도 환영할 일이다. 이런 대회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쭉 이어져 나가길 기대해본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