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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05 21:04 수정 : 2009.10.05 21:04

박정상 9단의 흑돌백돌





박정상 9단의 흑돌백돌 /

현대바둑의 기술적 발전을 이끈 ‘살아있는 기성’ 오청원 9단은 1940~50년대 일본에서 당대 무적이었다. 10번기를 통해 모든 일류기사들을 접고 두게 만들었고, 호선으로 버텨낸 기사는 전무했다. 80년대 국내 기전 전관왕을 세 차례나 달성한 한국 바둑 일인자 조훈현 9단이나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10년 동안 세계 바둑계를 호령한 이창호 9단 역시 적수를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상황은 달라졌다. 국외의 일류 기사 기보가 그날 바로 업데이트되어 모든 기사들의 연구재료가 되었고, 신예 기사들의 공동연구를 통해 초반의 신형과 포석에 관해서는 비밀이 풀려나가고 있다. 정상급 기사들의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에 지나지 않고, 승부는 상대적인 기풍에 의해 결판나곤 한다.

한국 랭킹 1위는 휴직중인 이세돌 9단이다. 하지만 세돌이형은 인터뷰에서 아직 이창호 9단을 넘지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세돌이형은 지난 몇 년 동안 이창호 9단과 왕위전, 바둑왕전 등에서 몇 차례 결승전을 치렀지만 모두 패했다. 엘지(LG)배 세계기왕전 결승에선 두 차례 맞붙어 1승1패를 기록했으나, 전세계 바둑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지난해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전 준결승 3번기에서 2-0으로 졌다.

그런데 두터움과 정확함의 상징인 이창호 9단은 최철한 9단과 강동윤 9단을 부담스러워한다. 철한이는 2003년 기성전과 국수전 결승에서 연거푸 이창호 9단을 꺾으며 정상권 기사로 치고 올라갔다. GS칼텍스배,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전 결승 등에서도 이창호 9단을 꺾었다. 두터운 압박으로 이창호 9단을 괴롭히며, 중반에서 종반으로 넘어가는 시점, 정확한 결정타로 승리를 낚아채곤 한다. 강동윤 9단 역시 전자랜드배와 후지쓰배 결승에서 이창호 9단을 꺾은 바 있다. 세돌이형은 초반부터 승부를 서두르다 이창호 9단에게 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철한이와 동윤이는 좀 더 승부를 길게 가져가며 중반 이후에 승세를 낚아채곤 한다.

이창호 9단에게 강한 최철한 9단, 강동윤 9단에게도 천적은 있다. 둘은 이세돌 9단에겐 조금 밀리는 느낌이다. 철한이와 동윤이의 기풍의 바탕이 전투에 있기에, 전투력에 관해서는 절대강자인 세돌이형에게 수읽기 싸움에서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세돌이형은 ‘송아지 삼총사’의 일원 원성진 9단에게 성적이 좋지 못한데, 2007년부터 2승4패로 뒤지고 있다.


중국의 2~3위권 실력자 창하오 9단이나 쿵제 9단이 이세돌 9단에게 10연패 가까이 당하는 걸 보면, 실력 이외에도 심리상태나 상대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상위권 기사가 무명의 신예기사에게 패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상향평준화된 게 현대바둑이다. 때문에 각기 다른 기풍의 일류기사들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자가 나온다면, 그는 어느 시대의 일인자보다 훨씬 강한 역대 최강의 기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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