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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19 18:07 수정 : 2009.10.19 18:07

박정상 9단의 흑돌백돌





박정상 9단의 흑돌백돌 /

과거 세계기전에서 한국 바둑은 준결승, 결승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더 강세를 보여 왔다. 간혹 8강이나 4강에 이창호 9단, 조훈현 9단 중 한 명만이 남는 경우도 있었지만, 결국은 우승 트로피를 한국에 안기곤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황사바람’이 강세를 보이며, 상황이 역전됐다. 국가의 대대적인 바둑 지원과 인재 육성을 통해 성장한 중국의 일류 기사들이 세계무대에서 활약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가려진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대회 4강에 한국은 이창호 9단만이 홀로 생존해 중국의 구리 9단, 쿵제 9단, 추쥔 8단에게 포위됐다. 휴직중인 이세돌 9단의 부재가 한국 바둑에는 치명타였고, 중국 기사들의 성장 역시 눈부셨다. 중국의 1인자 구리 9단은 중국 기사들이 워낙 많아 추첨 때마다 자국 기사와 싸우며 올라왔다. 창하오 9단, 천야오예 9단 등 중국의 상위 랭커와 계속 두게 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대회 3관왕 구리는 그들을 물리치고 4강까지 올라왔으며, 한국 바둑의 가장 강력한 걸림돌이다.

중국 랭킹 2위 쿵제 9단은 8강에서 한국 랭킹 3위 박영훈 9단을 꺾고 올라왔다. 영훈이는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과 더불어 세계대회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 하지만 쿵제 9단에게는 상대전적이 5전5패일 정도로 무력하다. 정확한 계산력과 마무리 실력을 갖춘 영훈이지만 비슷한 기풍에 냉철함까지 갖춘 쿵제에게는 항상 완패를 당하곤 했다.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도 쿵제의 냉철한 판단력에 밀렸다. 87수가 진행되었을 무렵 실리 부족을 느낀 영훈이가 크게 모양을 넓혀갔을 때, 많은 프로기사들은 쿵제가 영훈이 진영 깊숙이 침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쿵제는 장고 끝에 겉에서 상대 모양을 깎으며 끝내기 승부로 갔고, 그것으로 약간 우세하다는 쿵제의 판단은 정확했다.

중국 랭킹 14위 추쥔 8단은 8강전에서 한국 랭킹 10위 허영호 7단에게 승리를 거뒀다. 중국 최고기전 창기배 타이틀 보유자인 추쥔은 지금까지 세계대회 최고 성적이 8강이었지만, 젊은 프로기사들 사이에선 강하다는 평을 받는 경계 대상이었다. 허영호는 초반 포석에서 발 빠르게 실리를 취했고 마무리가 강해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중반 무렵 추쥔이 우상귀에서 영호의 집모양을 절묘하게 깨러 들어갔고, 타개에 성공하면서 역전승을 거뒀다. 영호는 대국이 끝난 후 복기를 하며 “이 모양에서 수가 나다니 …”라고 몇 차례나 탄식을 내뱉었다.

한국 기사 중 유일하게 4강에 오른 이창호 9단도 결국 끝내기 승부에서 행운의 반집승을 거뒀지만 위험했다. 초일류 기사들의 기량 차이는 거의 없기에, 승부란 당일의 기세에 의해 결정지어지곤 한다. 하지만 중국발 강풍이 세다. 냉정함과 치밀함으로 표현되는 이창호 9단이 중국 포위를 뚫고 우승하기를 기대해 본다. 랭킹 1위 이세돌 9단이 없는 지금, 한국 바둑은 이창호 9단의 어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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