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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16 20:03 수정 : 2009.11.16 20:03

왼쪽부터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박영훈.

이세돌 휴직 공백에 중국 기사 무서운 성장세
올 세계대회 중국 우위…“우승방정식 찾아야”

“이제 가슴 졸려서 못 보겠다. 예전에는 무조건 이겼는데….”

“이세돌은 어디 있는 거야, 이거 답답하네.”

최근 바둑팬들이 세계대회 대국을 지켜볼 때마다 하는 하소연이다. 과거에는 4강이나 8강전에 한국기사 1~2명이 진출해도 어떡하든 타이틀을 따왔다. 2000년대 신4인방 시대를 연 이창호·이세돌·최철한·박영훈 9단이 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세돌의 휴직 공백과 중국발 대륙풍의 급팽창으로 한국형 우승 방정식은 깨졌다. 30대의 이창호가 홀로 분투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창호한테만 기댈 수는 없다.

■ 2009년 역전된 한-중 구도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한국기사의 국제대회 우승횟수는 단체전인 농심배를 포함해 15회다. 중국은 이 기간 8회 정상에 올랐다. 2008년 3개의 세계대회를 휩쓴 이세돌을 앞세운 한국의 압도적인 우위였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12월 예정된 삼성화재배 결승(쿵제-추쥔)을 포함하면 중국은 6회 우승을 확정했다. 한국이 올 시즌 강동윤 9단의 후지쯔배, 최철한 9단의 응씨배 우승 등 4번의 국제대회 패권을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역전이다. 바둑의 내용에서도 중국 기사들이 매우 치밀하고 차지다. 최근 엘지배 4강에 올랐던 박영훈 9단은 쿵제에 져 맞전적 6전 전패를 기록했다. 쿵제는 엘지배 8강전에는 최철한 9단을 무력화시켰다.

■ ‘돌부처’ 이창호의 고군분투 위기의 순간에도 한국의 자존심을 지키는 이는 이창호(34)다. 이 9단은 내년 2월 열리는 쿵제와의 엘지배 결승에 올랐고, 삼성화재배에서도 중국의 인해전술에도 유일하게 4강에 진출한 한국 기사다. 올해 응씨배와 후지쯔배 준우승 등 연속 7차례 국제대회 준우승에서 멈추고 있지만, 이세돌 휴직 이후 가장 듬직한 선봉이다. 머리에 자꾸 열이 올라와 막판 초읽기 땐 과거처럼 냉철한 반집 계산력이 흔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구리·창하오·쿵제 9단 등 기존 강자와 박문요, 천야오예, 추쥔, 저우루이양 등 두터운 신진까지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기는 역부족이다.

■ 새로운 희망은 누구? 이세돌이 복귀하면 전력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언제 돌아올 지 기약이 없다. 조한승·원성진·목진석 9단 등 지명도 있는 기사들의 성적도 주춤하다. 허리층이 약한 상황에서 올해 물가정보배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김지석 6단, 십단전 우승자 박정환 4단,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김승재 3단이 차세대 희망이다. 문제는 이창호를 대신할 정도가 되려면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이창호 9단은 엘지배 결승 진출 뒤 “1~2년 사이에 우리가 중국에 밀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의 정상급 기사의 실력차는 거의 없다. 우리 신예들이 충분히 극복할 것으로 본다”고 후배들에 대한 신뢰를 보이면서 분발을 촉구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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