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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24 19:55 수정 : 2010.08.24 19:55

몰입의 순간…프로기사들의 대국 습관

대국장에 성냥통 들고와 ‘꺾기 시위’도

대국장에서 흡연이 가능한 시절이 있었다.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인데, 참다못한 상대편이 미니 선풍기를 들고 대국장에 들어선 적도 있다고 한다.

프로기사들은 작은 변화에도 자극을 받기 쉽다. 대국 때는 매우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습관은 좋게 보면 성격의 표현이다. 때에 따라서는 대국자의 심리상태를 알게도 해준다. 하지만 나쁘게 보면 작전으로 비치기도 한다.

집계산땐 손 까딱 눈 껌뻑
상대편 노려보고, 엄살떨고
‘괴팍 습관’ 기세싸움 활용도

■ 수읽기형 국내랭킹 1위 이세돌 9단의 습관 가운데 하나가 검지손가락을 마우스 클릭하듯 두드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계산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클릭하듯 두드리는 이유는 5집, 10집을 세는 게 아니라 한 집 한 집까지 미세하게 세기 때문이라고 한다. 차세대 간판 박정환 8단도 비슷한 습관이 있다. 그런데 박 8단은 집계산 때만이 아니라 수싸움을 할 때도 손가락을 움직인다고 한다. 이에 견줘 이창호 9단은 거의 움직임이 없는 기사다. 그러나 승부처에선 눈을 깜빡깜빡하며 최상의 수를 고민한다.

김성룡 9단은 아예 머리를 바둑판 위로 들이민다.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류인 루이나이웨이 9단이나 중국의 추쥔 8단의 경우도 바둑판을 머리로 덮어씌우는 대표적인 기사다.

■ 기선제압형 유창혁 9단은 회심의 한 수를 둔 뒤 상대를 한번 쳐다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눈빛이 워낙 날카로워 상대가 움찔한다. 이세돌 9단도 비슷한 습관을 갖고 있다. 과거 김인 9단은 어린 이세돌이 자꾸 쳐다보자, “왜 자꾸 쳐다보냐!”며 따끔하게 혼내기도 했다. 상대방으로서는 영 기분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은 여류 박지은 9단이나 박정환 8단에게서도 나타난다. 서능욱 9단의 경우 바둑판의 돌을 꼭꼭 눌러 마사지를 한다. 자기 돌뿐 아니라 남의 돌도 만지는데, 상대방이 불편해질 수 있다. 은퇴한 기사 가운데는 돌을 바둑판 좌표의 애매한 곳에 두어 신경을 자극한 예도 있다.

■ 강한 액션형 일본의 조치훈 9단은 바둑이 안 풀리면 머리를 쥐어뜯는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채로 얼굴을 때리기도 한다. 과거에는 성냥통을 통째로 들고와 성냥을 모조리 동강내기도 했다.


조훈현 9단은 말로 상대를 혼란시킨다. “아이쿠!”, “망했다” 등이다. 상대방은 잘못 둔 줄 알고 형세를 낙관하지만, 대개는 무리가 없는 엄살떨기다. 조 9단은 일본말도 잘하는데,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9단은 귀마개를 준비해 들어가기도 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송태곤 9단과 유창혁 9단도 엄살파다. 이밖에 허장회 9단이나 한철균 7단은 다리를 떨고, 고 조남철 9단은 예스러운 멋을 더하기 위해 바둑판 위에 돌을 얹은 뒤 쭉 밀어 두기도 했다.

요즘 젊은 기사들 대부분은 괴팍한 습관이 없다. 텔레비전 중계가 많이 이뤄지면서 매너가 중요해졌고, 어린 시절 바둑도장에서부터 대국의 룰을 교육받기 때문이다. 금연건물이 일반화되고, 흡연대국실을 없애면서 과거 선배 앞에서 콜록콜록하며 대국하던 장면은 사라졌다. 김영삼 8단은 “프로기사 가운데 절반 정도는 대국 중 자기만의 습관을 드러낸다”며 “해설을 할 때는 습관적인 동작을 통해서 판의 유불리를 감잡을 때도 있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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