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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08 18:01 수정 : 2011.02.08 18:01

무여회의 김윤영 3단(왼쪽부터), 박소현 2단, 박지연 2단, 김혜민 6단(아래), 김혜림 초단, 김나현 초단, 김미리 초단, 문도원 2단, 이민진 6단이 연구실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오전엔 기보연구, 오후엔 사활
가끔 남자 기사도 초대해 배워
남성중심 기전 바꿔나가야죠

여기사 8명 연구모임 ‘무여회’ 아침 햇살을 받은 한국기원 4층의 특별대국실이 환하다. 바둑판 위의 검은돌, 흰돌이 더 선명해 보인다. 국내 최강 여기사 8명이 그 앞에서 반상과의 대화를 한다. 지난해 3월 출범한 ‘무여회’(무서운 여자들의 모임) 공동연구실의 풍경이다. 프로기사 250명 가운데 여기사로만 구성된 최초의 연구집단이다. 설 전 무서운 여자들한테 맞을 각오를 하고 연구실 문을 노크했다. 정적을 깬 이방인을 회장 이민진 6단이 화사한 미소로 맞는다. 인터뷰 대답은 이 회장이 주로 했다.

-이기느냐 지느냐의 싸움을 하는 승부사들이다.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하하, 우린 남자들 앞에서는 온순해요.” 이민진 회장의 답이다. “하지만 볼링이라도 한번 치면 달리 보죠. 1점에 1000원 걸고 죽자살자 치면 남자들이 놀라죠.” 김혜민 6단이 거든다. “지면 울기도 해요”, “평생을 삭여야 하죠”, “욕하며 투덜대는 사람도 있어요” 등등 죽기보다 싫은 패배에 대해 여러 얘기가 나온다.

-공부는 어떻게 하나?

“오전 11시에 나와 기보 연구, 오후에는 5시까지 사활 시험을 본다. 지각하면 벌금 5000원이다.”

-프로도 사활 공부를 하는가?

“사활은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어려운 것은 1~2시간이 걸리고, 아예 못 푸는 것도 있다. 그러면 사활이 센 박정환 9단이나 김지석 7단에게 물어본다. 긴 것은 20수가 필요하고, 짧은 것은 3수에 끝나기도 한다.”

-남자 기사들한테는 많이 배우는가?


“경기에서 남자 기사를 만나면 진다는 생각을 안한다. 중간 랭킹 기사와는 이길 수도 있다. 그러나 남자 톱 기사들과는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초대해 감각 등을 배운다. 조한승 9단과 박영훈 9단이 특별 선생님이다.”

-실력이 늘었는가?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데는 국가대표 상비군과 무여회가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에는 공동으로 연구하는 틀이 없었다. 상비군과 무여회에서 동기부여를 하고 팀워크를 다지는 것이 중국을 넘는 힘으로 작용했다.”

무여회 출신들은 요즘 날고 있다. 문도원 2단은 1월 정관장배 한·중·일 바둑에서 7연승을 했고, 이민진과 김윤영 3단은 아시아대회 금메달리스트다. 박지연 2단의 경우 지난해 여자기사로는 최초로 삼성화재배 국제대회 16강까지 올랐다. 김혜민은 국가대표급이다. 엄마 꽃꽂이 따라갔다가 바둑교실에 등록했던 김나현 초단, 오빠 따라갔다가 입문한 김혜림 초단, 피아노, 미술 다 싫다며 바둑에 꽂힌 박소현 2단 등은 맵차다. 그러나 여자 기사로 사는 법은 쉽지 않다.

-여자 기사가 불리한 점은 무엇인가?

“남자는 결혼해도 바둑을 업으로 연구에 몰두할 수 있지만, 여자 기사는 결혼이나 육아 등으로 포기할 때가 많다. 또 기전 자체가 남성 중심이다. 여자기전도 있지만 상금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집중력 면에서는 어떤가?

“바둑은 두뇌게임이지만 정신도 몸에서 나온다. 체력이 좋아야 수읽기도 빨라진다. 틈틈이 운동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자 바둑의 인기를 높이기 위한 방법은?

“일단 여자 기사들의 실력이 더 향상돼야 한다. 바둑팬들도 더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여자기전 스폰서도 생기고, 여자 스폰서도 나올 것이다.”

무여회는 한 달에 1~2차례 인문학 책을 읽고 토론하고, 바둑을 통한 다양한 봉사활동도 구상하고 있다. 바둑의 수만큼 두툼한 삶의 깊이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섭다. 이미 루이나이웨이-박지은-조혜연의 여자 3강 체제의 균열은 시작됐고, 빛나는 서봉수 9단의 과거 진로배 9연승 기록도 문도원의 사정권에 들어왔다. 바둑세계가 무여회 때문에 좀더 무시무시해졌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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