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7.06 20:09
수정 : 2011.07.0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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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주(69·아마 4단) 지지옥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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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중심’ 지지옥션배 이끄는 강명주 회장
남녀대결 흥행몰이 5번째 대회
매해 독특한 진행방식 ‘인기’
올핸 ‘첫 10분 촬영’ 관행 깨고
경기 내내 사진 찍을 수 있게
‘아저씨 대 아가씨’의 격돌. 45살 이상의 남자 시니어대표 12명과 여자 대표 12명이 연승전 방식으로 승부를 가리는 ‘반상의 성대결’ 지지옥션배는 최근 바둑계의 최고 흥행 카드다. 역전의 노장들이 딸뻘인 여성기사들에게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모습에 바둑 애호가들은 탄성을 내지른다. 지난달 막을 연 5회 대회에선 15살 소녀 기사 최정 초단의 폭풍 질주가 초반부터 화제다. 바둑 전문 케이블 채널 <바둑티브이>가 황금시간대인 저녁 8시에 중계를 배치했고, 바둑 애호가들에겐 대국 시간이 곧 ‘귀가 시간’이다. 독특한 진행 방식으로 숱한 화제를 몰고 온 이 대회는 경매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강명주(69·아마 4단·사진) 지지옥션 회장의 남다른 바둑 사랑에서 비롯됐다.
1943년생, 내년이면 일흔이다. 그런데 눈빛은 청년보다 더 빛난다. 한일자로 날이 선 날카로운 눈매, 거기에다 온화한 인상을 풍기는 희끗희끗한 머리. 반상을 마주하고 있으면 꼭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무림고수를 떠올리게 한다.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묘한 카리스마를 동반하고 있었다. 강 회장을 5일 서울 청파동 지지옥션 본사에서 만났다.
남녀 성대결로 시작부터 관심을 끈 지지옥션배는 대회 때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바둑팬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모두 강 회장이 직접 짜냈다. 올해는 진행 방식에 파격을 뒀다. 대국 때 처음 10분간만 사진 촬영을 허용하는 바둑계 50년 관행을 깨고 전 경기 촬영을 허용했다. “서양의 체스 사진을 보면 눈빛까지 살아있는데 바둑 사진을 보면 그런 표정이 없어요. 경기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바둑은 처음 시작 10분만 사진 촬영을 허용합니다. 이 때문에 치열한 대국 막판 기사들의 고뇌와 분노, 탄식을 사진으로 보기 어려운 거죠. 앞으로 지지옥션배를 통해 기사들의 살아 있는 표정들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지지옥션 사이트 초기화면을 보면 왼쪽 메뉴 맨 위에 ‘바둑’이 있다. 상업사이트의 메뉴에, 그것도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매출과 관계없는 바둑을 올려놓은 것. 강 회장의 바둑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지옥션은 부동산 경매와 공매 정보를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회사다. 120여명의 직원에 연매출은 100억원 남짓. 매년 대회를 치를 때마다 2억5000만원 정도가 드니 매출액의 2.5%를 쏟아붓는 셈이다. 하지만 강 회장의 바둑 사랑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둑은 오늘날 나를 있게 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구심점이 되고 있지요. 지금의 아내도 바둑을 통해 만났습니다.”
바둑으로 평생의 반려를 얻었으니 그만한 은혜도 없을 터. 현재의 매출 규모로 프로기전을 유치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되레 그는 “바둑으로 얻은 게 더 많다”며 “이젠 바둑에 그걸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처음에는 바둑이 회사 홍보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앞섰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살아오면서 바둑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이제는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지지옥션배를 잘 유지하고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바둑 후원을 권하면서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싶어요.”
실제로 바둑이 딱딱하고 지루하다고 여겼던 세간의 인식이 지지옥션배를 통해 많이 희석됐다. “그동안 바둑은 남성 중심의 문화라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바로 이런 인식을 내가 좀더 열심히 뛰어서 불식시키고 싶습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사진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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