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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14 20:29 수정 : 2011.09.14 20:29

강동윤(22) 9단

바둑리그 정규시즌 다승1위
파죽지세로 팀 1위 이끌며 시즌 최다승 신기록 도전
‘가장 피하고 싶은 상대’ 꼽혀 “우쭐하기엔 아직 일러요”

“조훈현과 이세돌을 섞어 놓았다.”

김영삼 8단(<바둑티브이> 해설가)은 ‘반상의 외계인’ 강동윤(22) 9단을 이렇게 평가했다. 또 부동의 한국랭킹 1위 이세돌(28) 9단은 일인자 계보를 이을 차세대 주자의 하나로 강동윤을 꼽는다. 정말 그 정도일까 싶었다. 세계기전 우승은 2009년 후지쓰배 제패가 전부다.

이후 2년여의 침잠. ‘잠룡’ 강동윤이 거세게 물살을 일으키고 있다. KB국민은행 바둑리그가 무대. 포스코LED 소속의 강동윤은 프로축구로 치면 K리그 격인 2011 한국 바둑리그에서 팀을 선두로 이끌고 있다. 5명의 주자가 출전해 단체전으로 승부를 가리는 8개 팀의 리그전에서 포스코LED 쪽의 주장 강동윤은 14일 현재 다승 1위(8승무패)를 달리고 있다. 전혀 패배를 모르는 무패 독주다.

2007년 18살의 나이에 바둑리그 다승·승률 2관왕에 올랐던 적이 있지만, 이번엔 기세가 더 무섭다. 워낙 예측할 수 없는 수순으로 어려운 바둑을 유도하면서 상대를 수렁에 빠트린다. 김영삼 8단은 “딱 잘라 정의하기가 어렵다. 바람처럼 자유롭다가도 어느 순간엔 섬광처럼 빠르게 번쩍이며 상대를 겁박한다”고 기풍을 설명했다. 김종수 7단은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에 강한 순발력은 조훈현 기풍을 꼭 닮았다. 여기에 수세에 몰리면 두둑한 배짱과 끈기로 버티는 힘은 이세돌을 떠올리게 한다”고 평했다.

초미의 관심은 정규시즌 14승 전승 여부. 일인자 이세돌 9단과 ‘국보’ 이창호(36) 9단도 바둑리그에서 전승은 해내지 못했다. 강동윤은 “다승왕보다는 팀(포스코LED) 우승이 더 중요하다”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지만, 주변에선 기대가 높다.

2004년 바둑리그 출범 이후 정규시즌 최다승은 지난해 이세돌·강유택이 함께 세웠던 13승이다. 이세돌은 포스트시즌에서도 3승을 보태 16승(2패)으로 소속 팀 신안천일염 우승을 주도했다. 강동윤은 이 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남은 6경기를 모두 이길 경우 신기록이다. 소속 팀이 현재 1위를 달리고 있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도 높아 한 시즌 17승의 신화 작성도 꿈만은 아니다. 강동윤은 “기록에 연연하다 보면 되레 내 스타일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님도 항상 마음을 비우고 대국에 임하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강동윤의 바둑은 끈적끈적하기로 유명하다. 아무리 형세가 불리하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오뚝이처럼 되살아난다. 약점인 초반 포석을 극복하고 늘 뒤집기를 일궈내기 때문에 동료 기사들은 ‘가장 피하고 싶은 상대’ 1순위로 강동윤을 꼽는다. 하지만 본인은 “우쭐하기엔 아직 멀었다”며 “세계대회 성적이 안 좋아 고민이 더 많다”고 했다.

정체불명의 바둑을 두기에 ‘외계인’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스스로는 “책을 보고 공부하기보다는 실전 위주로 실력을 키워 기본기가 부족한 게 흠”이라고 했다. 정격에서 벗어난 다양한 실험과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범이었던 권갑용 8단은 “실전만한 공부가 없지만 공동 연구회에 참여해 흐름도 알고 체계를 다듬는 것도 중요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2009년 후지쓰배 우승 이후 세계기전 우승이 없는 것은 최대의 약점이다. 강동윤은 “여전히 초반에 나빠지는 경우가 많아 포석 연구를 더 해야 한다. 정상급 기사가 되려면 힘도 더 키워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한 시대 바둑계의 패왕은 국내외 타이틀 여부로 판정한다. 후지쓰배 우승 이후 소리없이 사라졌던 강동윤이 바둑리그를 도약대 삼아 본격적인 타이틀 사냥을 할지 주목된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사진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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