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0.26 20:06
수정 : 2011.10.27 19:14
|
왼쪽부터 나현 초단, 구리 9단, 원성진 9단, 천야오예 9단
|
삼성화재배 4강 한-중 격돌
나현 결승행 따내면
세계대회 첫 초단 진출
내친김에 우승하면
전인미답 ‘초단 우승’
백중세.
한·중 바둑을 설명할 때 이보다 적합한 말이 있을까. 어떤 싸움이든 한·중 기사가 참가하면 4강이나 8강의 황금배분은 꼭 한·중의 50 대 50일 확률이 높다. 이번에는 전통의 삼성화재배 4강전에서 두 나라의 기사들이 칼끝을 겨누고 있다. 한국 진영엔 ‘핵펀치’ 원성진(26) 9단과 ‘천재소년’ 나현(16) 초단이 배수진을 쳤고, 중국에선 ‘대륙풍’ 구리(28) 9단과 ‘천재과’ 천야오예(22) 9단이 버티고 있다. 4강전에서 3번기를 펼치는 이 대회는 31일부터 대전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열린다.
■ 나현 대 구리 난세는 영웅을 부른다고 했다. 이세돌, 이창호, 박정환, 최철한 등 ‘빅4’가 줄줄이 탈락하자 입단한 지 1년6개월밖에 안 된 신예 나현이 우뚝 섰다. 나현의 돌풍이 핵폭풍으로 커질지 시선이 집중돼 있다. 8강에서 중국 바둑의 간판 쿵제 9단을 잡아 세계를 놀라게 한 나현은 이참에 바둑사를 새로 쓴다는 각오다. 결승에 진출할 경우 초단의 세계대회 결승 진출은 2007년 한상훈(12회 LG배) 이후 4년 만이다. 내친김에 우승까지 거머쥔다면 전인미답의 초단 우승과 입단 이후 최단 기간 우승 기록(박영훈 9단의 4년7개월)을 새로 쓰게 된다. 나현은 “구리를 만난다니 설렌다. 빨리 돌을 놓고 싶다”며 새내기답지 않은 대범함과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상대 구리는 만만치 않다. 세계 무대를 안방처럼 드나들고 있는 ‘능구렁이’로 디펜딩 챔피언이다. 구리 바둑의 최고의 강점은 감각과 힘. 포석부터 조금씩 앞서 나가고, 모양에 대한 이해가 높아 어느 상황에서나 불필요한 수읽기를 절제한다. 최소 시간으로 최고 수를 찾아내곤 한다. 시간이 있는데도 간단하게 돌을 놓다가 종종 대마가 잡히는 사례가 나오는 것은 약점이다. 구리는 “나현은 어린 나이와 달리 기본기가 착실한 바둑이다. 쿵제를 꺾어 실력도 입증돼 얕볼 수 없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둘의 맞대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 원성진 대 천야오예 원성진은 묵직한 돌주먹으로 첫 세계 대회 결승 진출을 노린다. 당대의 기재로 동갑내기 박영훈, 최철한 9단과 함께 ‘송아지 3총사’로 불렸으나 ‘슬로 스타터’여서 동기들의 세계챔피언 등극을 멀리서 바라만 봐야 했다. 한국랭킹에서는 5위권 안팎을 넘나드는 정상급 기사지만 세계무대와는 연이 닿지 않았다. 2002년과 2003년 엘지배에서 4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핵펀치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힘이 좋고 전투가 뛰어나며 한번 상대방의 약점을 잡으면 숨통을 끊어놓을 때까지 물고 늘어진다. 천야오예와는 2003년 삼성화재배 예선결승에서 만나 이긴 적이 있다.
천야오예는 끈질긴 기풍으로 한국 기사 킬러로 불린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노련한 운영이 돋보여 중국 세대교체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한국 프로기사를 상대로 41승20패(승률 70.7%)의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원성진은 “천야오예는 강하기보다는 까다로운 상대다. 끝까지 집중해서 한국 바둑의 자존심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사진 한국기원 제공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