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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26 20:20 수정 : 2012.02.26 20:20

24일 중국 상하이 화팅호텔에서 열린 13회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한국의 이창호 9단과 중국의 셰허 7단이 마지막 대국을 펼치고 있다. 상하이/한국기원 제공

마지막 주자 이창호마저
‘한국킬러’ 셰허에 무너져
중 “한국 깨자” 수년 연구
젊은피 기량 나날이 쑥쑥

국가대항 농심배 중국 품으로

“휴~ 이러다 대륙세에 밀리는 거 아냐.”

24일 중국 상하이 화팅호텔에서 막을 내린 13회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 중국의 셰허(27) 7단이 한국의 이창호(36) 9단을 꺾으면서, 중국이 막판 대역전극으로 정상에 오르자 한 바둑계 인사는 탄식하듯 내뱉었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대회 4강전에 한국 기사 1~2명만 진출해도 타이틀은 십중팔구 한국의 몫이었다. ‘우승 제조기’ 이창호·이세돌·최철한·박영훈 9단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창호의 부진과 급부상한 대륙의 회오리바람에 두 나라의 대결은 늘 살얼음판이다. 중국이 이번에 농심배를 제패하면서 헤게모니 싸움은 다시 격렬해졌다.

뒤바뀐 한·중 ‘역학 구도’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동안 한국 기사의 국제대회 우승 횟수는 15회다. 중국은 같은 기간 8회 정상에 올라 한국의 우세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2009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3년간 전세는 판이하게 다르다. 중국이 14회 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한국은 9회에 그쳤다. 2010년 말 아시아경기대회 메달 석권으로 기세를 올렸고, 지난해 이세돌 9단이 비씨카드배와 춘란배, 박정환 9단이 후지쓰배, 원성진 9단이 삼성화재배를 챙겨 반짝 주도권을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첫 세계 대회인 엘지(LG)배 결승에서 장웨이제 5단이 이창호를 꺾고 타이틀을 가져간 데 이어, 농심배마저 제패하면서 중국은 한국으로 기우는 듯했던 균형추를 냅다 끌어당겼다. 지난해부터 24일까지 한국 프로기사들은 중국 기사들과 401회 만나 152승249패로 크게 밀렸다. 40%가 채 되지 않는 승률이다. ‘영원한 국수’ 김인 9단은 “더 긴장해야 한다. 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걱정했다.

중국, 바둑 내용도 따라잡나? 바둑의 내용에서도 중국 기사들의 저력이 돋보였다. 한국은 국가대항전인 농심배에서 우승 문턱까지 갔지만, 내리 3판을 셰허에게 내주고 눈물을 떨궜다. 한국 기사를 상대로 59승25패(승률 70.2%)를 올리며 ‘한국 킬러’로 군림하고 있는 셰허는 농심배에서 최후 승자가 되면서 존재감을 뽐냈다.

대륙풍의 급팽창에는 한국 바둑을 따라잡으려 한 노력이 숨어 있다. 특히 중국은 한국 기사들의 공동 연구 모임인 토끼회, 충암연구회 등을 벤치마킹해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자발적 연구 모임을 크게 늘려나갔다. 이세신 <바둑티브이> 편성팀장은 “중국은 정부와 기원의 ‘타도 한국’ 프로젝트에 따라 2005년부터 국가대표팀을 구성하고 창하오, 구리, 천야오예 등에게 의무적으로 대국과 연구를 함께 하도록 했다”며 “이런 과정을 밟아 10~30대 기사들이 크게 약진했다”고 말했다.

한국, 돌파구는 없나? 이창호가 부활하고 부동의 랭킹 1위 이세돌이 다시 탄력을 받아 치고 나오면 최상이다. 후배들을 위해 시간을 벌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과 중국의 90년대생 신예들의 싸움에서 한국이 밀린다. 지난해 후지쓰배를 제패한 박정환(93년생)이 대표주자로 선두에 서 있지만 앞길이 험하다. 중국에는 갓 스무살을 넘긴 구링이 5단, 저우루이양 5단, 장웨이제 5단 등이 쑥쑥 성장하고 있다. 박치문 <중앙일보> 바둑전문기자는 “지난해 삼성화재배 본선 32강 중엔 90년대생들이 무려 10명에 이른다”며 “이들의 경쟁력이 곧 미래의 한-중 판도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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