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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13 19:20 수정 : 2013.06.13 19:20

한국의 이세돌 9단이 12일 강원도 강릉시 라카이 샌드파인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엘지(LG)배 16강전에서 중국의 퉈자시 3단과 대국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침체기 겪는 한국바둑

국내 최강자들 줄줄이
중 젊은 기사들에 밀려
“한국 기초체력 약해져”

한국 바둑에 진짜 위기가 찾아온 것인가? 한국 바둑이 ‘참사’로 불릴 정도의 참패 충격에 빠졌다.

12일 강원도 강릉시 라카이 샌드파인리조트 컨벤션센터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18회 엘지(LG)배 기왕전 본선 16강전. 한국은 세계 최강이라는 이세돌 9단을 비롯해 6명이 출전했으나 모조리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엘지배 사상 처음이다. 중국과 함께 세계 바둑의 양대 축을 자부해온 자부심에 금이 갔다. 중국은 6명, 일본은 2명의 기사가 8강에 올랐다. 엘지배는 주인 없는 손님만의 잔치가 됐다. 국내 기업이 주최하는 세계대회 8강에 한국 기사가 없는 사례는 처음이다.

믿었던 이세돌은 중국의 퉈자시 3단에게 161수 만에 흑 불계패했고, 안조영 9단, 목진석 9단, 안형준 4단, 김성진 2단 등 5명이 중국 선수에게 당했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이영구 9단은 변방 일본의 이야마 유타 9단에게 패했다. 세계대회 8강전에 한국 기사가 한 명도 진출하지 못한 것은 1988년 1회 후지쓰배와 1997년 10회 후지쓰배 이후 세번째다.

반면 중국은 퉈자시, 천야오예 9단, 저우루이양 9단 등 6명이 8강에 진출해 6연속 우승에 시동을 걸었다. 일본은 이야마 유타, 다카오 신지 9단이 5년 만에 엘지배 8강 벽을 넘어섰다.

한국의 위기는 전조가 있었다. 10일 32강전에서 국내 2~4위인 박정환 9단, 김지석 9단, 최철한 9단이 줄줄이 탈락했다. 랭킹 6위 조한승 9단과 9위 박영훈 9단 역시 궈위정 3단, 리친청 2단 등 중국의 젊은 기사에게 밀렸다. 8강전에서 이세돌마저 중국의 신예에게 완패당하자 위기감은 현실이 됐다.

실제 국내 상층부 최강 기사들의 무게감이 떨어지고 있다. 유창혁 9단은 “올해 한국의 상위권 기사들이 엘지배뿐 아니라 국내 바둑리그에서도 신예 기사들에게 지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비해서 확실한 강자라고 볼 수 없다”며 “한국 바둑이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고 했다. 이세돌의 무력감은 대표적이다. 이세돌은 5월 한국 바둑리그와 중국 갑조리그 대국에서 승리는 없이 3패만을 당했다.

최규병 한국기원 기사회장은 “한국의 정상급 기사들이 중국의 이름도 모르는 신예들에게 대거 패했다는 것이 더 충격이다. 엘지 참사다”라며 “우리 바둑이 세계의 흐름을 놓치는 등 준비에서부터 중국에 뒤지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프로를 활성화하고 자국 리그와 국내 기전에서 세계대회 적응력을 높이는 등 차근차근 준비를 잘해온 반면, 한국은 지나친 속기화로 어린 기사들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워내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유창혁 9단도 “정상급 기사들이 부진한 이유는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그러면 밑에서 올라오는 기사들이 받쳐줘야 하는데 아직은 그게 잘 안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창혁 9단은 “중국은 어리고 뛰어난 신예들이 계속 나오면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중국도 상위 랭커들이 안 좋을 때가 있지만 신예들이 받쳐주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일시적인 성적 부진이 아니라 한국 바둑의 기초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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