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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17 19:36 수정 : 2013.10.17 21:05

독사 최철한 9단이 16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대국장에서 활짝 웃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최철한 “아내에게 꼭 우승 선물”
다음주엔 국가대항 농심배 출전

“요즘 독기가 사라졌다고들 하는데 이제 다시 독기를 좀 품어야겠어요.”

독한 말을 하면서도 배시시 웃는다. 그러나 가볍지 않다. 반상에서 그의 독수(毒手)에 당해본 이라면 알 수 있다. 최철한(28) 9단의 가을뱀 같은 맹독을. 다음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하는 15회 농심신라면배를 앞두곤 독이 더 올랐다.

16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만난 최철한 9단은 “책임감”을 언급했다. 한중일 3국의 대표 기사가 출전하는 농심배는 나라간 자존심이 걸려 있는 단체전. 그동안 팀원으로 많이 참가했지만, 이번엔 ‘맏형’이 됐다. 선발전 D조 결승에서 강동윤에게 패했지만 주최 쪽이 선정하는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재합류한 만큼 어깨가 무겁다. “한번 떨어졌는데 와일드카드로 다시 뽑아준 만큼 내가 잘해야 된다.” 최철한은 2000년 2회 대회를 비롯해 농심배에 총 6번 출전해 13승5패로 활약하며 항상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이번엔 박정환과 김지석이 있으니 내가 끝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 하지만 내가 농심배에 출전했을 때는 한국이 모두 우승했다. 이번에도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강동윤과 최기환까지 모두 5명이 나간다.

역시 중국과의 싸움이 관건이다. 삼성화재배를 제외하면 올해 4개의 국제대회 우승컵은 모두 중국의 차지였다. 최철한은 “최근 한국이 중국에 밀리지만 아직 버틸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한-중 대국을 직접 보면 중국 기사들은 편하게 대국을 하는 반면 한국 기사들은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는 게 보인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부담감을 좀 떨치고 오히려 편하게 대국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철한은 올해 중국의 갑조리그 시안팀의 주장으로 중국 기사들과 많이 싸웠다. 구리, 천야오예, 스웨 등 중국 최강자를 꺾으며 11승1패를 질주하고 있다. 중국 갑조리그는 장고 바둑이 주류라 최철한의 스타일과 맞기도 하다. 농심배는 준속기로 제한시간을 1시간 주지만 중국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최철한이 자신의 경험을 살릴 수 있다.

최철한은 올해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중요 세계대회에서도 부진의 늪에 빠졌다. 한국 바둑리그에서는 에스케이(SK)에너지의 주장으로 5승1무5패로 반타작을 했다. 본인이나 팬들로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15일 국내 전통의 대회 중 하나인 41회 명인전 4강전에서 백홍석 9단을 신랄한 공격으로 몰아붙여 147수 만에 불계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속기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딛고 지난주에는 바둑리그 속기대국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승리했다. 최철한은 바둑리그 장고대국(제한시간 1시간 뒤 40초 초읽기 5회)에서는 4승1패를 기록했으나, 속기대국(제한시간 없이 40초 초읽기 5회)에서는 4패로 승리가 없었다. 최철한은 “바둑의 속기화가 트렌드라면 프로로서 거기에 맞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예전에는 속기에서도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며 분발을 다짐했다.

최철한은 바둑판 앞에만 앉으면 상대의 숨통을 죄는 사나운 수를 펼친다. 그 기풍이 ‘독사’라는 별칭을 안겼다. 최철한은 “권갑용 8단 문하에서 공부했는데 어릴 때부터 항상 수읽기를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그런 바탕 위에서 전투를 편다”고 했다. 동문수학한 2년 선배 이세돌 9단과의 관계도 있다. 최철한은 “세돌이 형과 어릴 때부터 바둑을 많이 두고 잘 어울렸다. 세돌이 형을 따라잡으려고 하다 보니 많이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후배 중에는 김지석 9단과 친하다고 하니, 이세돌-최철한-김지석의 전투 바둑의 계보가 드러난다. 최철한은 “겉으로 봤을 때 순해 보이니까 반상에서는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고 싶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동료 프로기사 윤지희(25) 3단과 결혼한 최철한은 아직 아내에게 번듯한 선물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국수전에서 준우승을 거두고 삼성화재배와 엘지배에서는 4강에 올랐지만 결혼 뒤 우승컵이 없다. 그러니 배가 고프다. 마침 명인전 결승에 진출했으니 기회는 왔다. 최철한은 데뷔 첫해인 1997년부터 빠짐없이 명인전에 참가했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본선에 오를 정도로 명인전과 인연이 없었다. 지난해 4월 원익배 우승 뒤 무관에 그친 최철한은 “결혼하고 우승을 못했는데 명인전 타이틀을 결혼 선물로 주고 싶다”며 모처럼 타이틀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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