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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26 19:58 수정 : 2013.12.26 21:19

박정환 9단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3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생애 첫 ‘올해의 MVP’로 뽑혀
김지석과 함께 이세돌 독주 깨
내년엔 세계대회 우승이 목표

세 별의 삼색 향연. 2013 한국 바둑을 압축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올해 한국 바둑은 길었던 이세돌의 독주 체제가 무너지고, 박정환, 김지석이 가세한 3각 체제가 형성됐다.

한해를 결산하는 2013 바둑대상에서 박정환 9단이 생애 처음으로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박정환은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40.74%)와 누리꾼 투표(30.96%)를 합친 37.81%의 득표율로 2위 김지석 9단(32.46%)을 제치고 바둑기사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아깝게 미끄러진 김지석은 올해 박정환과 함께 이세돌 9단의 일인 독주 체제를 무너뜨린 한 축이 됐다. 하지만 이세돌의 영향력이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이세돌은 절대 일인자의 위용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여전한 저력으로 올해 반상의 3각 체제를 형성했다. 내년 세 기사의 각축전이 볼만해졌다.

■ 박정환, ‘미래소년’에서 ‘현재권력’으로 오랫동안 한국 바둑 랭킹 1위 자리를 지키던 이세돌을 제치고 7월 일인자에 오른 박정환의 힘은 기록으로 입증된다. 31기 케이비에스(KBS) 바둑왕전을 시작으로 9기 한국물가정보배, 14기 맥심커피배 등 국내 기전 3관왕에 올랐고, 14회 농심신라면배에서는 최종 주자로 나서 중국을 꺾고 우승을 이끌었다. 이달 중국에서 열린 1회 주강배 세계바둑단체전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올해 다승왕(77승20패)과 승률왕(79.38%)도 차지했고, 상금으로 국내 기사 최다인 6억원을 넘게 벌어 상금왕도 예약해놨다.

하지만 부담도 컸다. 박정환은 한국 바둑이 위기에 빠진 시기에 랭킹 1위에 올랐다. 위기를 끊기 위한 세계대회 우승은 모두의 바람이었지만 7회 잉창치배(응씨배), 25회 티브이(TV)바둑아시아대회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한국은 18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대회 개인전 ‘무관 신세’로 전락했다. 박정환은 시상식에서 “세계대회를 2개 정도는 제패해야 받는 최우수기사상을 내가 받게 돼 영광이다. 내년에는 꼭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4년 박정환의 과제는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간판으로 우뚝 서는 일이다.

■ 김지석의 ‘대세’ 입증? ‘제2의 이세돌’ 김지석 9단. 올해 한국 바둑이 거둔 가장 값진 수확이다. 지난해까지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하더니 올해 3월 지에스(GS)칼텍스배 결승 5번기에서 이세돌을 3-0으로 완파하면서 우뚝 섰다. 이세돌이 결승 5번기에서 내리 세 판을 진 것은 처음이었다. 김지석은 지난달 국내 최대 기전인 올레배 결승 5번기에서도 목진석 9단을 3-0으로 완파하며 자신이 ‘대세’임을 입증했다. 한국 2위 김지석의 ‘천재성’은 만개의 계기를 잡았다. 김지석의 전투적인 기풍 앞에 그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 이세돌, 13년 만의 개인전 무관 이세돌에게 2013년은 쓰라린 한해였다. 자신의 손으로 한국 바둑의 위기를 끊겠다며 결연하게 삼성화재배 결승에 나섰지만 중국의 탕웨이싱 9단에게 0-2로 패했고, 올해 마지막 기전인 명인전에서도 최철한 9단에게 우승을 내주고 13년 만에 ‘무관’으로 전락했다. 이세돌은 명인전을 비롯해 맥심배, 지에스칼텍스배(이상 국내대회), 춘란배, 삼성화재배(이상 세계대회) 5개 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쳤다. 국내 랭킹도 2006년 4월 이후 7년3개월 만에 3위로 추락했다. 올해 바둑대상에서도 이세돌은 9년 만에 ‘빈손’ 신세가 됐다.

하지만 이세돌은 여전히 ‘센돌’이다. 5번의 준우승이 증명하듯 이세돌은 여전히 가장 경쟁력 있는 기사다. 이세돌에게 2014년은 ‘필생의 라이벌’ 구리 9단과 숙명의 10번기가 열리는 건곤일척의 해다. 10번기는 이세돌의 자존심뿐만 아니라 한국 바둑의 미래가 달려 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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