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1.09 19:28
수정 : 2014.01.0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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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전문가들은 2014년을 랭킹 1~4위인 박정환(사진 왼쪽부터), 김지석, 이세돌, 최철한이 팽팽한 균형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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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위원 4명의 새해 바둑 전망
이세돌 독주 깬 박정환·김지석에
명인 오른 최철한 가세해 4강체제
실력 엇비슷해 4강 오래 못갈수도
중국 꺾을 해외파론 이·최 기대
신예 이동훈·변상일 등도 성장세
* ‘빅4’ : 박정환·김지석·이세돌·최철한
4강 체제지만 변수는 많다.
지난해 세계대회 타이틀 ‘제로’의 충격을 겪은 한국 바둑의 새해 기상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본질적으로 개인기 싸움인 바둑에서 절대강자의 존재를 찾기가 힘들어졌다. 과거 조훈현-이창호-이세돌로 상징되는 시대의 아이콘이 없어졌다. 대신 서너명의 최상층 선수들이 할거하는 다극체제가 예상된다. 지난해 중국 쪽으로 기운 세계 바둑의 판도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유창혁, 목진석, 박정상, 김성룡 해설위원들에게 들어본 새해 판세 전망의 결과다.
■ ‘박정환 김지석 이세돌’ + 최철한 지난해 한국 바둑은 지각변동을 겪었다. 수년간 지배자로 군림해온 이세돌의 독주체제가 무너졌다. 박정환과 김지석 9단이 강고한 구체제를 깬 선봉. 이들은 이세돌과 함께 ‘빅3’를 형성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 명인에 오른 최철한을 더한 ‘4강 체제’가 올해 반상을 휘저을 것으로 보인다. 목진석 해설위원은 “강동윤이나 박영훈 9단도 일류기사지만 꾸준함으로 봤을 때는 한국랭킹 1~3위인 박정환, 김지석, 이세돌에 최철한을 더한 4강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정상 해설위원은 “불안 요소들이 있지만 최소한 올해는 이 네 명이 균형을 이루면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창혁 해설위원은 다른 견해를 내놨다. 박정환, 김지석, 이세돌, 최철한 4강의 현재 컨디션이 좋아서 성적을 잘 내고 있을 뿐이지 다른 기사들과 큰 실력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유 해설위원은 “네 사람과 실력이 비슷한 기사들이 여러 명 있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춘추전국시대”라고 했다.
■ 누구나 천재바둑을 두는 시대 한 사람이 절대지위를 누릴 수 없는 것은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목진석 해설위원은 “과거에는 신예들이 고수들의 바둑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실시간으로 초일류 기사의 기보를 연구한다. 절묘한 신수가 등장해도 바로 해법이 등장한다”고 했다. 박정상 해설위원은 “이제 1인 독재는 불가능하다. 예전에는 폐쇄적이어서 진정한 천재가 세계 바둑을 평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천재의 바둑에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시대”라고 정의했다. 김성룡 해설위원은 “박정환이 현재 한국 바둑 랭킹 1위지만 세계대회에서 중국을 이기지 못한다면 이창호나 이세돌 같은 느낌을 줄 수 없다”고 했다.
■ 그래도 이세돌과 최철한 중국은 지난해 주요 세계대회 개인전을 석권하면서 만리장성의 위세를 과시했다. 18년 만의 무관에 빠진 한국의 위기의식은 최고조다. 역전된 상황을 뒤집기 위한 해법은 어디에? 목진석 해설위원은 “여전히 이세돌의 부활이 키워드다. 아직까지는 가장 경쟁력 있다. 지난해 구리와의 10번기 문제나 사업 등의 일로 집중력이 떨어졌다. 바둑에만 몰두한다면 최근에 보여준 착각들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본인을 위해서나 한국 바둑을 위해서나 2014년은 매우 중요한 해”라고 했다. 박정상 해설위원은 “지난해 최철한이 중국 갑조리그에서 중국의 초일류들을 상대로도 가장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모습이 세계대회에서 나타난다면 대륙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 눈여겨볼 ‘이·변, 양신’ 2014년 주목할 기사로 해설위원들은 ‘이변양신’이라고 했다. 이동훈, 변상일, 신진서, 신민준을 말한다. 박정상 해설위원은 “신진서와 신민준이 2014년에 어느 정도 성장을 할지 기대가 된다. 어린 시절의 이세돌이나 김지석을 빼닮은 신진서는 최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재목이다. 신민준은 지금 이세돌에게 배우고 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목진석 해설위원은 “이동훈, 변상일을 주목해야 한다. 안정적인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동훈은 지난해 성장통을 겪었기 때문에 올해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창혁 해설위원은 “신예들이 더 성장해야 한다. 이들과 비슷한 나이대의 판팅위, 미위팅은 이미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중국 내에서 1인자급이 됐다. 우리 신예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단순히 성적이 좀더 나아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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