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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06 19:32 수정 : 2014.03.06 19:34

시진핑

작년 6개 국제기전 총상금 9억
바둑팬 많고 기사 성적도 좋아
고위층·기업들 적극 후원 나서

외국기사에게 국내대회 개방도
최철한은 중국리그 수입만 2억

중국이 세계바둑의 큰 손으로 등장했다. 국제기전 우승상금 규모에서는 2013년 처음으로 한국을 추월했다. 고도 성장을 배경으로 덩치를 키워온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기전을 후원하고 있다. 시진핑(사진) 국가주석 등 고위층의 바둑 관심도 높다. 중국이 세계기전의 슈퍼파워로 떠올랐다.

■ 2013년 역전된 한-중 세계기전 우승상금 2013년 중국이 개최한 국제기전은 처음 만들어진 주강배(우승상금 200만위안), 몽백합배(우승상금 180만위안) 2개를 포함해 6개였다. 총 우승상금 규모는 525만위안(9억1700만원)이다. 같은 해 한국 개최 국제대회인 엘지배, 삼성화재배, 농심신라면배 3개의 총 우승상금 8억원을 뛰어넘는다. 총 우승상금 역전은 처음있는 일이다. 국제대회 수에서도 중국은 2012년 6개로 한국의 4개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최고액 우승상금 비교에서도 중국의 주강배가 3억5천만원으로, 엘지나 삼성화재배의 3억원보다 많다. 중국발 국제기전 열풍은 1월 시작된 이세돌과 구리 9단의 10번기 대결에서도 느껴진다. 11월 30일까지 6월을 제외한 매달 마지막주 일요일에 열리는 둘만의 이벤트 대국인데, 몽백합배를 후원하는 헝캉가구회사가 우승상금 500만위안(8억7000만원)을 내걸었다. 웬만한 기전의 총 개최 비용과 맞먹는다.

■ 한국 톱기사, 수입의 40%가 중국서 발생 중국발 기전확대는 톱 기사들한테는 짭잘한 기회다. 2013 국내 상금 1위 박정환은 8억2800만원의 총수입 가운데 40.2%(3억3100만원)를 중국 개최 국제대회와 중국 갑조리그 출전으로 벌었다. 갑조리그는 중국의 프로바둑 리그인데 한국의 상위권 선수들한테도 문호가 열려 있다. 지난해 상금랭킹 2위 최철한의 경우 총 수입 5억7000만원 가운데 60.19%(3억4400만원)를 중국에서 확보했다. 중국 갑조리그 시안에서 뛰었던 최철한은 갑조리그 수입만으로 1억9100만원을 신고했다. 이세돌은 지난해 총수입 4억9100만원 가운데 42.76%(2억900만원), 강동윤은 총 2억8800만원 가운데 59.12%(1억7000만원)를 중국에서 수확했다. 이세돌은 10번기 2국 진행까지 2승을 달리고 있어 대박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 중국 기사들의 성적도 원인 중국의 국제기전 급팽창은 두터운 바둑인구층과 정치와 재계의 고위급 인물들의 후원이 배경이다. 지난해 6월 한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 주석은 창하오 9단을 박근혜 대통령한테 소개하면서 “석불(이창호 9단)을 이긴 기사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중국 기사들이 국제대회 정상에 자주 오르면서 기전이 늘어났고, 바둑 종주국이라는 자부심도 커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최초의 국제기전인 후지쓰배를 창설했지만, 1~5회 대회 이후 한국과 중국의 기사들이 우승을 거의 휩쓸자 2011년 24회를 마지막으로 국제대회를 접었다. 도요타배도 없어졌다. 대신 국내기전은 기성, 명인, 본인방전을 포함해 22개로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다. 올해 5월에는 글로비스 세계신예바둑대회를 개최하지만 20살 이하 기사들만 참가해 국제기전치고는 무게감이 떨어진다.

■ 고민 많은 한국기원, “실력 뿐이다” 한국기원은 중국의 급부상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국제대회 개인전에서는 한 명도 우승을 챙기지 못해 17년간 이어온 국제대회 타이틀 행진도 끝났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기전에서 성적이 나와야 시장이 커지고, 팬들의 관심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국가대표팀을 운영하고, 대표팀 안에 영재조를 따로 둬 어린 선수들의 기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한국기원 연구생의 프로입단을 위해 연구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어릴 때부터 기재를 발굴해 집중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김성룡 9단은 “과거에는 중국의 어린 선수들이 한국에 와 배웠는데, 지금은 우리 선수들이 중국을 방문해 전력도 파악하고 배우기도 한다”며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우승을 독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내 기사의 실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신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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