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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24 18:58 수정 : 2014.07.24 22:08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가 지난 17일 한국기원에서 인터뷰를 하는 도중 바둑의 활성화 대안들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한국기원 이끄는 박치문 부총재
지역 영재 발굴·상금제 시행 등
바둑 저변 확대 위해 동분서주
“소년체전 종목 채택 노력할 것”

 한국기원 박치문 부총재(전 중앙일보 바둑전문기자)가 부임한 지 4개월여가 지났다. 40년간 기자이자 바둑 해설가로서 바둑계를 지켜봐 왔던 박 부총재는 올해 3월 취임한 홍석현 총재(중앙일보 회장)를 대리해 실질적으로 한국기원을 이끌고 있다.

 박 부총재는 “유소년층 팬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바둑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나아가려면 새롭게 개혁하고 프로바둑대회 유치, 어린이 바둑 보급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부총재는 “그동안 결정하지 않고 온 것들이 많다 보니 체제 정비나 신뢰 구축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박 부총재가 진단하는 바둑계 현실은 이렇다. 예전에는 바둑 팬들이 많았지만 바둑인들의 신분과 장래는 불투명했던 반면, 요즘은 바둑인들이 대우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됐음에도 바둑 지망생이 줄어들고 저변이 얇아지고 있다. 예전만 해도 모든 대학생들에게 바둑과 당구는 필수였다고 박 부총재는 회고했다. 그만큼 오락거리가 없었고 바둑 두는 모습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박 부총재는 “바둑인구가 줄어드는 이유는 어린이들이 바둑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수준까지 입문이 어렵고, 아시아권에서 시작돼 세계화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며 “하지만 아이들에게 천천히 생각하는 법과 참을성 등을 가르쳐 주고, 두뇌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박 부총재는 또 “바둑은 국위를 선양하는 데 그 어느 종목에도 뒤지지 않았다”며 “중국에서 두뇌 개발과 관련해 바둑 열풍이 불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넘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현재 초등학교 방과후교실에서 바둑교실이 운영되고 있는 곳은 1200여곳에 이른다. 바둑의 이런 특성에 주목하고 있는 학부모들이 많지만 학업과 바둑을 선택해야 할 시기가 오면 대부분 학업을 선택한다. 일찍 꽃피는 바둑의 특성상 다른 어떤 종목보다도 일찍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박 부총재는 “바둑 잘 두는 학생이 공부 잘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바둑을 가르치는 선생들도 아이들에게 취미로 재미를 붙여주는 데 치중하고 선수 발굴에는 소홀한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원은 최근 영재를 조기 발굴하기 위해 입단대회 외에 지역 영재 입문의 문을 넓혔다. 공부에 치중하는 대도시보다 지역에서 바둑 영재가 커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내년도에 소년체전 종목에 들어가는 것도 바둑계의 숙원사업이다. 박 부총재는 “소년체전에 들어가면 제도적 뒷받침을 받을 수 있다”며 “공교육을 통한 어린이 바둑교육이 더욱 활성화하고 바둑 지도자 수요가 확대되는 등 바둑계의 실질적인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신설되는 바둑대회는 대부분 대국료를 없애고 상금제를 시행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대국료가 상금제로 바뀌는 것은 작지 않은 의미가 들어 있다. 대국료는 하나의 작품을 만든 두 당사자에게 소정의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고, 상금제는 프로골프의 컷오프처럼 일정 이상의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아무런 보상이 없다. 또 상금제를 시행하는 것은 스폰서 등 주최 쪽이 대회를 준비하기 쉽다. 참가 인원에 상관없이 상위 64명의 상금 배분에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이다. 바둑이 스포츠화·상업화하면서 거치는 과정들이다. 또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높이기 위해 국가대표 상비군도 운영하고 있다.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공동으로 연구해 서로의 안목을 주고받는 게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어린 프로기사들이 주 대상이지만 이 역시 성적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박 부총재는 “노장 프로기사들의 박탈감이 크다”며 “이들이 한창일 때 바둑은 스포츠가 아니었고 그 이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원이 올해부터 50살 이상의 노장 프로기사들이 출전하는 시니어 바둑 클래식을 신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치문 부총재는 “바둑팬들은 예전의 스타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이고, 시니어들은 바둑에 흥미를 잃지 않고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사진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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