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2.17 19:17
수정 : 2015.02.17 19:17
“세계 1위 부담, 내려오고 싶을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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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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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9단은 15개월 연속 국내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바둑을 좋아하는 한 방송작가가 드라마 주인공의 이름을 그의 이름으로 쓸 정도로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대회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박정환이 지난 12일 맞수 김지석 9단을 꺾고 세계대회인 엘지(LG)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 후지쓰배 우승 이후 4년 만이다.
박정환은 우승 뒤 “오랜만에 세계대회에서 우승해 기쁘지만, 오늘 대국은 중간에서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 앞으로 세계대회에서 더 많이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랭킹 1위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박정환은 “바둑팬의 관심은 응원도 되지만 부담도 돼서 세계대회에 나가면 중국 기사들에게 자주 진다”며 “심지어 랭킹 1위에서 내려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여러번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김지석 9단이 삼성화재 대회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한국은 세계대회에서 부진했다. 그 부담은 1인자가 가장 클 수밖에 없다. 박정환은 후지쓰배 우승 이후 세계대회에서 준우승 두차례와 4강 한차례가 전부였다.
이에 대해 김성룡 9단은 “성적이 보여주듯이 박정환 9단은 국내 최고의 기사임에는 틀림없다”며 “이창호 9단이 한동안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나빴듯이 적응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엘지배 결승은 국내 1, 2인자의 맞수 대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17일 현재 두 사람의 상대 전적은 18승6패로 박정환이 앞서 있다. 반면 김지석은 삼성화재배 우승자이자 2014년 바둑대상 수상자였다. 결과는 박정환의 힘겨운 역전승이었다. 박정환은 “초반 실수를 만회해 보려다가 잘 안됐다. 지석이 형이 중앙 타개도 잘했고 끝내기도 잘했다”며 “후반에 내가 패를 들어가지도 못할 자리를 너무 의식해서 보강했고, 그 틈에 내가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김지석에 대해서는 “장고바둑에서 실수를 나보다 좀 더 하는 것 같다”고 평가하고 “전체 전적을 보면 내가 앞서지만 최근 전적만 보면 비슷해서 이제부터가 승부다”라고 말했다. 박정환은 2013년에도 4승무패로 압도했지만 지난해에는 3승2패에 그쳤다.
그는 올해 목표에 대해 “우선은 2국을 앞둔 케이비에스(KBS)바둑왕전 결승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고, 앞으로 세계대회에서도 최대한 우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 사진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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