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09 13:57
수정 : 2016.03.0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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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TV 중계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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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9단 흐들기에 전혀 밀리지 않는 기량
한국 바둑을 대표하는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국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시작됐다. 대국이 시작한 지 50여분이 지난 오후 1시55분 이 9단이 알파고 흔들기에 나섰지만, 알파고 역시 전혀 밀리지 않는 기량을 보이며 팽팽한 대국이 진행되고 있다.
알파고는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 기관인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10월 유럽 바둑챔피언이자 중국 프로기사인 판후이 2단과의 다섯차례 대국에서 모두 승리한 바 있다. 알파고는 450만판의 기보를 익혔다는 데이터를 토대로 바둑을 두고 있다. 경우의 수를 줄여가는 ‘정교한 수읽기’가 강점으로 특별한 ‘기풍’(바둑 경기자의 대국 스타일)은 없지만 ‘침착한 바둑을 둔다’, ‘멀리 내다보고 둔다는 느낌’ 등의 평가를 받고 있다. 상대에 따라서 변화하는 성향도 특징으로 알려졌다.
약 50여수까지 진행됐던 오후 1시50분까지의 대국을 살펴보면, 초반부터 승부처에 직면했다. 초반 포석 단계에서는 이 9단의 변칙수가 등장했다. 7번째 착수된 이 9단의 수는 알파고가 공부가 안 됐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수다. 그러나 알파고의 대응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초반 비틀기를 시작한 이 9단의 예상과는 달리 안정적으로 응수하며 공격에 나섰다. 예상 밖 알파고의 기량으로 장고에 빠진 이 9단은 알파고가 걸어온 싸움을 피하지 않고 전투에 나섰다. 오후 2시 20분, 약 80여수까지 진행된 현재 양쪽 모두 공격적인 바둑을 두고 있다.
해설자로 나선 유창혁 9단은 “시작하기 전 경기가 싱겁게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알파고의 약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세돌 9단이 세계 바둑대회 결승에 임할 때보다도 더 긴장한 것 같다”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해설자로 나선 김효정 9단 역시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과의 경기 이후 짧은 시간에 알파고의 성능이 상당히 발전한 것 같다”며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이 인상적이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는 “알파고가 정확히 수순을 진행해 간다면 이 9단이 예상보다 어려운 경기를 치를 수 있겠다”며 “첫번째 싸움에서 알파고가 전혀 밀리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국은 백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에 따라 진행한다. 시간 규정에 있어서는 두 기사가 제한시간 2시간을 갖게 되고 2시간을 모두 사용한 뒤에는 1분 초읽기가 3회씩 주어진다. 대국 시간은 4~5시간 내외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2시간’ 시간 배정에 대한 에피소드도 공개됐다. 알파고는 지난번 판후이 2단과의 대결 당시 ‘속기’에서 약점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교적 긴 시간인 2시간은 알파고가 최대한 충분히 수읽기를 할 수 있는 시간으로 시간 배정에 있어서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알파고는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 기관인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경우의 수를 줄여가는 ‘정교한 수읽기’가 강점이다. 특별한 ‘기풍(바둑 경기자의 대국 스타일)’은 없지만 ‘상대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성향’이 특징이다. 이 9단과의 대국에서도 알파고는 특징을 살려 공격적인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유덕관 기자
yd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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