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09 21:48
수정 : 2016.03.10 08:16
역사적 바둑대결…이세돌, 알파고에 충격의 첫패
구글쪽 “달에 착륙했다” 이세돌 “두번째는 자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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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5번기 첫 대국에서 패배한 뒤 기자회견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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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인공지능 ‘대표 선수’의 첫 바둑 대결은 인간의 패배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기록됐다.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이 9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5번기 첫 대국에서 186수 만에 불계패를 당했다. 흑을 쥔 이세돌 9단은 형세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알파고를 대신해 바둑판 앞에 앉은 아자 황 앞에서 돌을 던졌다.
충격패 뒤 이 9단은 착잡한 웃음부터 터트리며 “진다고 생각 안 했는데 너무 놀랐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알파고의 초반 해결 능력과 허를 찌르는 수가 놀라웠다고 밝혔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이겼다.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 우리 팀이 매우 자랑스럽다”는 글을 올렸다.
인공지능이 인간계 바둑 최고수를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보다 많고 고도의 직관력과 총체적 판단력이 필요한 바둑은 그동안 기계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해 인간을 추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앞서 컴퓨터는 1997년 세계 최고 체스기사인 가리 카스파로프를 제압했다.
대국 초반부터 알파고는 달랐다. ‘인간이라면 보일 수 없는 냉정함’으로 이세돌 9단을 시종일관 압박했다. 알파고는 이 9단이 승부수를 던져도 흔들림 없이 대응했다. 이세돌 9단이 장고 끝에 돌을 놓아도 알파고는 평균 1~2분 만에 응수했다. 특히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빠른 학습 능력을 활용해 5개월 전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 5단을 이겼을 때보다도 실력이 월등하게 향상된 모습으로 상대를 당황케 했다. 김만수 8단은 “5개월 전에 보지 못했던 착점이 나왔다. 상대의 실수를 기대하는 승부수도 둘 줄 안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바둑을 두는 방식에서 이전과는 확실히 달랐다”고 평했다.
이날 알파고는 전투와 끝내기에서도 무난했고, 모양이나 균형감각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일부 완착이 나왔지만 매 수마다 신경망과 가치망 등으로 판세의 유불리를 따지면서 인간계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전자공학과 교수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기계가 지적 노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역사적 사건이다. 사람들은 닐 암스트롱이 달을 밟은 날을 기억하듯이 오늘을 기계가 인간을 처음 이긴 날로 기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5기로 진행되는 이번 대국의 제1기인 이날 대결만으로 인공지능의 완승을 선언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간이 아닌 알파고의 바둑 두는 스타일에 이세돌 9단이 익숙하지 않은 점 등이 대국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이 9단이 인공지능을 얕잡아봤다가 심리적으로 당황한 것도 패인으로 꼽힌다. 2국은 10일 오후 1시에 열린다. 이 구단은 “오늘은 졌지만 내일은 자신 있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이근영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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