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5.26 17:50
수정 : 2017.05.2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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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루이양(오른쪽) 9단 등 중국의 정상급 기사 5명이 26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수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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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상급 기사 5명의 팀 불계패
중반 이후 벌어진 간격 메우지 못해
목진석 9단 “또 한번 벽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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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루이양(오른쪽) 9단 등 중국의 정상급 기사 5명이 26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수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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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다섯명의 정상급 기사가 힘을 모았다. 그러나 ‘집단지성’도 알파고 앞에서는 무력했다.
중국의 저우루이양 9단 등 정상급 기사 5명이 26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흑을 잡고 알파고를 상대로 단체로 대적했으나 254수만에 불계패로 손을 들었다. 저우루이야과 천야오예, 미위팅, 스웨, 탕웨이싱 9단 등 5명의 기사는 대국이 진행될수록 갑갑한 벽을 느끼는 듯했고, ‘감정의 기복이 없는’ 알파고는 이기는 길만 착수하며 항복을 받아냈다. 중국팀은 2시간30분을 다 써 초읽기에 몰렸으나 알파고는 1시간을 넘게 남겼다.
대국은 세계기전 우승 전력의 5명의 기사가 의견을 내면 저우루이양 9단이 착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커제 9단의 2연패 뒤라 바둑팬들은 혹시나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초중반 엇비슷한 형세는 후반부부터 알파고의 두터움 앞에 속수무책이 됐다.
알파고는 이날도 3·3의 극단적 실리부터 중후반 상상하기 힘든 절묘한 수까지 중국의 최고 기사들의 정신을 뺐다. 특히 중반 이후 천원 위 날일자로 둔 한 수가 기막혔다. 목진석 9단은 “인간 기사의 생각과 달랐다. 이 한 수는 주변 세 지역의 대마를 모두 노리는 통렬한 수”라고 평가했다. 구획을 나눠 철저히 득실을 계산한 뒤, 모두 합쳐 계산서를 뽑아내면서 판 전체에 고루 영향을 미치는 인공지능(AI)다운 수를 두었다. 한국기원의 유창혁 사무총장은 “마치 전성기 때 더 많이 이길 수 있어도 꼭 반집만을 이긴 이창호를 떠올린다”고 했다.
알파고는 지난해 이세돌 9단 당시의 버전보다 조금은 보강된 형태다. 구글 쪽은 “(이창호의 대국을 포함해) 수십만번의 인간 기보를 학습한 상태에서 자가학습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마스터 등의 이름으로 한중일 고수들과 벌인 인터넷 대국에서는 60전60승을 거둔 바 있다.
27일 예정된 커제 9단과 알파고의 마지막 대결에서도 인간의 승산은 희박해 보인다. 만약 소 뒷걸음치듯 커제가 이긴다해도 대국 전체의 내용에서 고수들은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목진석 9단은 “중국 기사들이 잘 싸웠지만 알파고의 부분 형세 판단이 뛰어났다. 실리보다 더 큰 것을 보는 듯한 알파고의 행마에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다. 또 한번의 벽을 실감했다”고 평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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