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19 19:28
수정 : 2017.09.1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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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둑의 절대강자 박정환 9단이 18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농심신라면배 바둑최강전 개막식에서 밝게 웃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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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서 만난 한국대표 박정환 9단
‘농심 세계바둑최강전’ 우승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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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둑의 절대강자 박정환 9단이 18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농심신라면배 바둑최강전 개막식에서 밝게 웃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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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심리적 부담 없어요. 그렇게 써도 돼요.”
차분한 목소리와 수줍은 미소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형형한 눈빛은 더 강해졌다. 46개월 연속 한국랭킹 1위이며 최근 21연승을 마감한 박정환(24) 9단. 국내 프로기사들마다 “기량은 박정환이 세계 최고”라고 입을 모으지만, 결정적 순간 한고비를 넘지 못하는 게 그의 약점이었다.
19일 중국 선양 완다문화호텔에서 열린 ‘제19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차전 신민준 6단과 판팅위 9단의 대국. 목진석 9단이 이끄는 한국대표팀 동료와 함께 검토실을 찾은 박 9단은 지난해말 응씨배 결승전 때보다 더 묵직해 보였다. 당시 그는 너무 긴장했는지 5국에서 탕웨이싱 9단에게 정상을 양보했다. 그는 아픈 기억을 묻자,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 큰 대회 부담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9단은 잠자는 시간만 뺀 나머지를 오직 바둑 연구에만 몰입한다. 목진석 감독은 “다른 기사들은 바둑 말고 게임을 즐기기도 하지만 박정환은 다르다. 강해지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바둑에만 올인한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따라갈 기사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대국에서 져도 바둑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그는 “온라인에 들어가 프로 고수들과 바둑을 두며 아쉬움을 달랜다. 이기면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칼날 같은 승부욕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예리해지고 있다. 목 감독은 “농심배에서도 박정환이 버티고 있어 든든하다. 팀원들과도 잘 어울린다. 큰 경기를 통해서 한고비만 넘으면 박정환의 전성기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입단한 박 9단은 2011년 후지쓰배와 2015년 엘지배 등 국제기전을 제패했지만 팬들의 기대치는 더 높다. 실력에 비해 결과가 작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올 들어 각종 대회에서 자신의 최다연승 기록을 세우고, 몽백합배 8강전에서는 중국의 커제 9단을 꺾는 상승세가 매섭다. 9월 현재 한국기원 랭킹점수 9956점은 역대 프로기사 최고점이다. 22일 중국 남방장성배에서 커제 9단과 맞대결도 벌인다. 박 9단은 “이벤트 대국이라 부담감은 덜하다. 하지만 한국 대표로 나가는 만큼 이기도록 할 것”이라고 의욕을 다졌다. 그는 역대 전적에서 커제에게 5승4패 우위다.
박 9단은 선양에서 진행중인 농심배 1~4국 대회에는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부산(11월)을 거쳐 상하이(내년 2월)에서 펼쳐지는 막바지 대국에는 한국의 최후 수문장으로 출전한다. 최근 4년간 중국에 빼앗긴 우승컵도 되찾아야 한다.
그는 18일 개막 기자회견에서 “최근 21연승에서 멈춰 아쉽기는 했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어 잘됐다. 이번 농심배에서는 중국의 독주를 막고 우승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도 “박정환이 국제기전에서 돌파구를 열면 누구도 그 기세를 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냈다.
선양/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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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에 출전 중인 한국대표팀의 박정환, 김지석, 김명훈, 신진서, 신민준 기사.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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