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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0 18:35 수정 : 2005.01.20 18:35

스포츠만큼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것도 없다. 국제경기는 늘 팬들의 관심을 부른다. 특히, 한-일전은 축구·야구·농구·배구 등의 종목이나 대회의 중요성과 관계없이 스포츠팬들을 흥분시킨다. 미국과 일본에 진출한 한국인 야구선수들에 대한 국내 팬들의 반응도 이런 경향과 무관하지는 않다.

2003년 여름의 일이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마무리로 활약했던 김병현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8-7로 앞선 9회 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1사 2루에서 홈런 1위를 달리는 강타자 카를로스 델가도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래디 리틀 보스턴 감독은 마운드에 올라 고의사구를 지시했다. 그러나 김병현은 정면승부를 벌여 풀카운트 끝에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결국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는 쾌투로 세이브를 따냈다.

당시 〈한겨레〉는 김병현의 배짱에 주목해 기사를 작성했으며 제목은 이랬다. “노라고 말할 수 있는 병현”. 하지만 이 통쾌한 행위는 김병현이 리틀 감독의 눈 밖에 나는 계기가 됐다. 그해 겨울 김병현이 잇단 시비로 논란을 빚을 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제멋대로의 성격’으로 재해석되기도 했다.

고백하건대 올해도 이런 경향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본심을 말하자면, 시정하고픈 마음도 별로 없다. 좋아하는 선수와 팀에 대한 일방적인 편애, 그것이 스포츠의 매력이 아닌가?

그러나 한국인 메이저리거들 앞에 놓인 현실은 조금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피 말리는 경쟁의 연속이다. 마이너리그에 있는 미국 출신 뿐 아니라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등 중남미 출신 유망주들이 호시탐탐 빅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최근에는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 등 일본 야구선수들의 미국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메이저리그 안에서 한국인 출신은 소수민족일 뿐이다.

국외 진출 한국 야구선수들은 올해 활약을 다짐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 서재응(뉴욕 메츠), 김병현을 비롯해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지바 롯데 머린스)은 올 시즌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최희섭(엘에이 다저스) 김선우(워싱턴 내셔널스) 봉중근(신시내티 레즈) 등은 확실한 주전 확보를 고대하고 있다. 구대성(뉴욕 메츠)도 미국무대에 진출해 화려한 성공을 꿈꾸고 있다.

국내 팬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열렬한 응원을 보낼 것이다. 해외 진출 선수들은 이들의 뜨거운 성원을 충분히 즐기고 충분히 감사하되 주어진 현실에 대한 냉정한 판단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해외파 선수들의 건투를 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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