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야구연맹 초대 총재로 취임한 이준석 바른정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이 지난 26일 <한겨레>와 만나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 이찬영 기자
|
“정치인으로 자리 챙긴 게 아니다” “선수단은 야구에만 집중하도록 지원”
리그 활성화·선수 육성발굴 체계화
경기북부 등 지역연고 리그제도 구상 이 총재는 “대구에서 말단 공무원으로 일하신 할아버지께서 야구를 좋아하면서 집안 스포츠가 됐다”고 야구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보스턴에서 대학 다닐 때 지역야구가 활성화되는 것을 본 적도 있어 ‘총재’ 요청을 받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정치인임을 의식한 듯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자리를 챙긴다는 말을 듣지만 이번만큼은 부탁을 들어준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첫번째 과제로 제도 정비를 들었다. “각 팀들이 연맹에 요구하는 것은 우선 규약 자체가 깔끔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팀별 드래프트 등을 하고 있지만 선수들을 모으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리그가 활성화되고 선수 육성이나 발굴 등이 체계화되면 팀들은 야구에만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재정적인 부분은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수익금 배분 등 원칙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돈이 들어오면 오히려 무서울 것”이라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의견이 될 수도 있지만 리그가 규격화되고 체계화된 이후 체계적인 후원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프로야구단이 운영하는 2군이 예비군 또는 육성군의 성격에 그치고 있다면 독립리그는 지역 연고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독립야구단들이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창단되는 게 우연이 아니다. 서울에 프로야구단이 많지만 경기 북부 주민들의 접근성은 오히려 떨어지기 때문이다.” 연천군만 해도 성남시에 견주어 인구는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야구에 대한 갈증은 그 몇배일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선수의 질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현재 독립야구단은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 케이비오 리그 진입을 꿈꾸며 기회를 노리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현재는 프로구단 2군이나 육성군에 진입하지 못한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는 “현재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대학에 진출해 기회를 노리고 있다. 군 입대로 선수 생활이 중단될 것이 두려워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도 많다”며 “이런 선수들의 입대 문제 등을 독립야구연맹이 해결해주면 학업을 병행하는 대학보다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가 독립리그 역할과 관련해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선수들에게 명예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이나 선수 등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에게 자숙이라는 단어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명예나 일정 부분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는 것도 자숙이 될 수 있다. 야구 선수가 야구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이 독립리그에서 뛰면 본인에게는 자숙의 기간이고 지역민들에게는 재능 기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야구 선수답게 이미지를 세탁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것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 총재의 큰 꿈은 야구의 산업화로 이어진다. “넥센이 선수를 팔아먹는다고 욕을 먹기도 했지만 선수를 육성해 부가가치를 얻는다는 개념은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변화”라며 “독립리그에서 즉시전력감 선수가 프로구단에 입단하게 됐을 때 발전기금을 받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큰 비용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1천만~2천만원 정도 발전기금을 받을 수 있다면 팀한테도 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유인이 된다는 의미이다. 장기적으로는 국외 선수 육성까지 바라보고 있다. 중국 등에 유망주가 있다면 독립야구리그에서 경험을 쌓아서 케이비오 리그나 해외 리그 등에 진출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라오스에 진출한 이만수 감독님과 얘기해봐야겠지만 라오스 선수들이 중간 기착지로 우리 독립야구연맹에서 뛸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축구보다 야구가 차지하는 위상이 높기 때문에 더욱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기대했다. 그는 현재 독립야구단이 8개 팀으로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정치인의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야구나 축구단 창단에 관심이 많은 지자체장이나 후보들이 많다”며 조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