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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18 20:59 수정 : 2018.07.19 08:56

기록지 상단 왼쪽에 ‘경북고 감독 판정 항의, 욕설로 퇴장’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대한야구협회 황아무개 심판위원장은 이날 퇴장당한 박아무개 감독과 경북고 덕아웃에서 앉아 박 감독을 다독이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했지만 “그런 일 없었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발뺌했다. 그러면서도 이날 경기 뒤 박 감독이 심판실에 난입해 소란을 피운 것은 기억하는 등 횡설수설했다.

[규정 안 지키는 아마야구 심판위원장]
‘퇴장 감독’ 그라운드 완전히 떠나야 하는데도
심판위원장이 감독과 더그아웃에 함께 머물러
‘김기태 감독 2차 퇴장’ 프로야구와 대조적
“그런 일 없었다” “기억 안난다” 횡설수설
심판실 난입한 감독 징계위조차 소집 안해
“야구협회 명백한 직무유기” 비판 잇따라

기록지 상단 왼쪽에 ‘경북고 감독 판정 항의, 욕설로 퇴장’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대한야구협회 황아무개 심판위원장은 이날 퇴장당한 박아무개 감독과 경북고 덕아웃에서 앉아 박 감독을 다독이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했지만 “그런 일 없었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발뺌했다. 그러면서도 이날 경기 뒤 박 감독이 심판실에 난입해 소란을 피운 것은 기억하는 등 횡설수설했다.
대한야구협회 황아무개 심판위원장이 일선 심판들에게 출퇴근용 운전을 시킨 ‘갑질’로 비난을 사고 있는 가운데 황 위원장이 지난해 퇴장당한 감독을 다독이며 더그아웃에 함께 머무는 등 어처구니 없는 행동으로 입방아에 오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할 심판위원장이 스스로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18일 복수의 야구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7월 1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고교야구 경북고와 배명고의 8강전에서 9회초 경북고 공격 도중 1루 주자가 아웃되자 경북고 박아무개 감독이 양아무개 1루심에게 욕설을 하며 거칠게 항의하다가 퇴장당했다. 그러자 황 심판위원장이 박 감독과 경기가 끝날 때까지 경북고 더그아웃에 함께 머물렀다. 이 광경을 목격한 복수의 심판들은 “황 위원장이 박 감독을 달래듯 그라운드에서 더그아웃으로 데리고 갔다”며 “황당했지만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시 상대팀이던 배명고 김아무개 감독은 “심판위원장이 경북고 감독과 함께 경북고 더그아웃에 5분 가량 머문 것으로 기억한다”며 “규정상 안되는 일이지만 야박하게 굴고 싶지않아 어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황 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인하다가 거듭된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그러면서도 황 위원장은 경기가 끝난 뒤 박 감독이 심판실에 난입해 난동을 피운 사실은 선명히 기억했다.

프로와 아마를 막론하고 야구 규정에는 퇴장 당한 감독은 더그아웃은 물론 더그아웃 근처에도 있어선 안되고 그라운드를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실제로 17일 저녁 프로야구 기아(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은 심판한테서 퇴장 명령을 받은 뒤 더그아웃 옆 심판실 통로 안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가 이 모습을 발견한 심판진의 지적을 받고 자리를 떠났다.

대한야구협회 소속 한 심판은 “규정을 가장 엄격히 적용해야 할 심판위원장이 퇴장 당한 감독과 더그아웃에 함께 머무는 상식 밖의 행동을 했다”며 “당시 야구 관계자들은 어처구니 없는 광경을 접하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비판했다.

당시 퇴장당했던 경북고 박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심판실에 난입해 30여분간 심판들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그러나 당시 대한야구협회는 스스로 규정을 위반한 황 위원장과 심판실에 난입한 박 감독에 대해 징계위원회 소집조차 요청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는 “황 위원장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며 “조사가 마무리되는대로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경북고 박 감독은 같은해 10월 전국체육대회 경남고와의 경기에서 패한 뒤 또다시 심판실에 난입해 소란을 피웠지만 이 역시 대한야구협회의 징계위 소집은 없었다. 당시 심판실에서 이 광경을 목격했던 한 심판은 “대한야구협회가 징계위조차 소집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또 심판의 ‘안전진루권’ 룰 적용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번복해 물의를 빚었다. 2016년 8월11일 봉황대기 고교야구 군산상고와 인천고의 1회전 경기 도중 1회초 군산상고의 주자 1, 3루 상황에서 우전안타로 3루 주자가 득점하고, 1루 주자는 2루를 돌아 3루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천고 수비수가 3루로 던진 공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악송구가 됐다.

이에 당시 안아무개 심판은 군산상고의 ‘안전진루권’을 적용해 최초 1루 주자의 득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황 심판위원장은 안아무개 심판을 부르더니 “잘못된 룰 적용”이라며 3루로 귀루시켰다. 경기 도중 심판 판정을 심판위원장이 즉석에서 뒤집은 것도 상식 밖인데다 황 위원장의 판단은 명백한 오류다.

야구규칙 7.05조 안전진루권 조항을 보면, ‘2개 베이스가 주어지는 경우…송구가 벤치에 들어갔을 경우’라고 나와 있고, 시점은 ‘악송구가 야수의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 각 주자의 위치를 기준으로 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악송구가 나올 당시 3루로 향하던 주자는 3루를 거쳐 홈베이스까지 2개 베이스의 안전진루권이 보장돼야 맞다. 즉 안아무개 심판의 최초 판정이 맞았다. 대한야구협회 한 심판은 “이는 웬만한 야구팬들도 아는 상식”이라며 “황 위원장이 이런 룰조차 모를리가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황 심판위원장은 ‘아마야구 심판은 운전도 잘해야 하나’ 제목의 18일치 <한겨레> 보도가 심판들의 제보에 따른 것으로 보고, 이날 오후 2시 서울 목동야구장 심판실로 심판들을 소집한 뒤 심판위원회 내부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는 것에 대한 ‘입단속’을 지시해 거듭 물의를 빚고 있다.

이에 대해 황 위원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심판들을 집합시킨 사실은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입단속’ 지시 여부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며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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