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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21 12:22 수정 : 2018.08.21 20:54

라오스 야구대표팀 단장인 이만수 전 프로야구 에스케이(SK) 와이번스 감독이 21일 라오스 야구 사상 첫 국제대회에서 타이에 0-15, 6회 콜드게임으로 진 뒤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자카르타/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라오스에 야구 심은 ‘라오스의 질레트 선교사’
국제대회 첫 경기서 타이에 0-15 콜드게임패

22일 스리랑카전…“1승하면 팬티 세리머니”
댐 붕괴로 고통받는 라오스 국민의 희망

라오스 야구대표팀 단장인 이만수 전 프로야구 에스케이(SK) 와이번스 감독이 21일 라오스 야구 사상 첫 국제대회에서 타이에 0-15, 6회 콜드게임으로 진 뒤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자카르타/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굿!”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에서 풀이 죽어있는 선수들을 향해 그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그는 “정말 잘했어! 최고야, 최고”라고 했다.

‘라오스 야구의 아버지’ 이만수(60) 전 에스케이(SK) 와이번스 감독이 이끄는 라오스 야구대표팀은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첫 경기에서 타이한테 0-15, 6회 콜드게임으로 졌다. 라오스 야구 역사상 첫 국제대회 경기였다. 이 전 감독은 “1회가 안 끝날 줄 알았다. 투수와 포수가 이제 18살인데, 투수는 얼마나 긴장했던지 목과 허리에 담이 왔다”고 했다.

현역 시절 ‘헐크’라는 별명으로 홈런포를 펑펑 쏘아 올렸던 이 전 감독은 프로야구 지휘봉을 내려놓은 2014년 11월, 야구 불모지 라오스로 눈길을 돌렸다. 그는 “라오스를 잘 아는 지인한테서 ‘라오스에도 야구팀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듣고 ‘아! 이거다’ 싶었다”고 했다. 1904년 필립 질레트 선교사가 한국기독교청년회(YMCA)를 통해 우리나라에 야구를 보급했듯이 그는 라오스 야구의 선구자가 됐다. 그는 “처음엔 야구공을 던져주면 축구공처럼 트래핑하거나 글러브를 끼고도 맨손으로 공을 잡는 일도 있었다”며 웃었다.

이 전 감독은 “라오스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꿈을 꿔봤다”고 했다. 그의 꿈은 3년 9개월 만에 현실이 됐다. 라오스 야구대표팀은 당당히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10개 참가국 가운데 실력이 떨어지는 라오스, 타이, 스리랑카 등 세 나라는 1라운드를 치러 한 팀만 2라운드에 진출한다. 타이와 스리랑카의 야구 역사가 각각 48년, 24년인데 견줘 라오스는 이제 4년이다.

라오스야구협회 부회장 겸 라오스 국가대표야구단 단장인 그는 “라오스가 1승을 하면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 최대 중심지인 대통령궁으로 이어지는 대로에서 ‘팬티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에스케이 수석코치 시절이던 지난 2007년 5월, 홈구장 관중석이 많이 비어 있는 것을 보고 만원 관중이 들어차면 ‘팬티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공언했고, 결국 현실이 된 적이 있다.

라오스는 22일 스리랑카와 2차전을 치른다. 이 전 감독의 ‘팬티 세리머니’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를 따라 백구의 공을 좇는 라오스 선수들의 집념은 댐 붕괴로 고통받고 있는 라오스 국민에게 새하얀 희망으로 샘솟고 있다.

자카르타/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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