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28 17:53
수정 : 2018.09.2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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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LG) 트윈스의 베테랑 좌완투수 봉중근이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활짝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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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WBC 1라운드 도쿄돔 결승 한일전서
“포수와 사전 각본대로 미국 심판에 항의”
이치로 9타수 1안타 1볼넷으로 꽁꽁 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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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LG) 트윈스의 베테랑 좌완투수 봉중근이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활짝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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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엘지(LG) 트윈스 베테랑 투수 봉중근(38)이 28일 은퇴 기자회견에서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일본의 간판타자 스즈키 이치로를 철저히 제압한 배경을 공개했다.
당시 봉중근은 일본과의 1라운드 결승전에서 완벽에 가까운 호투를 펼쳤고, 특히 이치로를 철저히 막아 팬들한테서 ‘봉의사’라는 애칭을 얻었다.
당시 한국은 일본과의 첫 대결에서 김광현(SK 와이번스)이 선발 등판하고도 콜드게임 패를 당했다. 그러나 2009년 3월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1라운드 결승전에서 일본을 다시 만났고, 봉중근은 선발투수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3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봉중근은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봉중근은 승부의 키를 쥐었던 이치로의 기를 꺾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공개했다. 봉중근은 “이치로의 첫 타석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1회 첫 타자 이치로가 타석에 서자 도쿄돔을 가득 메운 일본 팬들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며 “당시 포수가 박경완 에스케이 코치님이었는데, 사전에 박 코치님이 사인을 내면 타임을 부르기로 약속해 놓았다. 어떤 것으로든 이치로를 괴롭히고 싶었다”고 했다.
봉중근은 사전 각본대로 이치로의 타석 때 관중석에서 카메라 셔터 세례가 이어지자 마운드에서 포수 쪽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미국에서 야구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인 주심에게 영어로 항의했다. 그는 “주심과 친해지고 싶었다. 주심도 인간인지라 친해지면 볼을 선언할 걸 스트라이크를 줄 수 있다. 그런 1%의 바람으로 주심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있는 영어 없는 영어 다했는데, 그게 통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봉중근의 애교 섞인 항의에 주심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이날 경기도 잘 풀렸다. 봉중근은 일본전에서 호투를 이어갔고, 이치로와의 대결에서 제1회 대회까지 포함해 9타수 1안타 1볼넷으로 압도했다.
봉중근은 당시 대회를 돌아보며 “저를 많은 사람에게 알린 기회였다. 특히 제2회 대회 때는 류현진, 김광현 등 좋은 선수들이 많았음에도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내 인생에 은인 격인 대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야구를 하면서 가장 뿌듯한 별명이 ‘봉의사’가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 팬들이 지어주신 별명이라 대대로 자랑할 수 있는 별명이라고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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