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13 22:41
수정 : 2019.07.13 22:41
|
13일 오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KIA 이범호가 6회초 3루 수비에서 교체되면서 퇴장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지도자 첫 발걸음은 KIA에서 내디딜 것”
프로야구 KBO리그를 19년 동안 빛냈던 꽃 한 송이가 졌다.
‘꽃범호’ 이범호(38·KIA 타이거즈)는 13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은퇴 경기를 끝으로 19년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경기 후 불이 꺼진 경기장에 다시 등장한 이범호는 “제 마지막 모습을 지켜봐 주시기 위해 이곳을 찾아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KIA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범호의 두 눈엔 아침 이슬 같은 맑은 눈물이 맺혔다.
이범호는 지난달 은퇴를 선언한 뒤 이날 열린 한화전을 은퇴 경기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KIA 팬은 물론, 프로에 첫발을 내디뎠던 친정팀 한화의 옛 동료들과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드리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경기 전 흰색 승용차를 타고 경기장에 입장했다. KIA 동료들은 이범호의 이름과 그의 등 번호 25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맞춰 입고 더그아웃 앞에서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원정팀 한화 선수들도 더그아웃 앞에서 이범호를 향해 손뼉 쳤다.
이범호와 한화에서 오랫동안 중심타선을 책임졌던 김태균은 이범호와 추억이 담긴 사진 액자를 전달하며 포옹했다.
대구고 은사인 박태호 영남대 감독, 신인드래프트에서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를 뽑은 정영기 전 한화 스카우트 팀장, 절친한 사이인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가드 양동근 등 많은 인사가 의미 있는 선물을 전했다.
이범호는 아들 이황(7) 군이 던진 시구를 직접 받았다. 장녀 이다은(9) 양은 시타를 했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2타수 무안타 볼넷 1개를 기록하며 선수 생활의 대장정을 마친 뒤 조명이 꺼진 어두운 그라운드에 홀로 섰다.
전광판에선 가족들의 영상 메시지가 나왔고, 이범호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범호는 고별사를 통해 동료 선수들, 코치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감사 인사를 올렸다.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2017년 11월 1일, 내 생애 첫 우승을 평생 기억하면서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장엔 KIA의 모든 선수가 도열해 이범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범호는 “라커룸 안에 윤석민이 와있다”며 “밖으로 못 나오고 있어 내 마음이 아프다. 윤석민이 부활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 달라”고 밝혔다. 고별사를 마친 이범호는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며 관중들과 눈을 맞췄고, 관중들은 꽃잎을 던지며 그의 새로운 인생을 축복했다.
그는 눈물을 쏟으며 동료 선수, 코치진을 일일이 안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고, 자신의 등 번호 25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같은 포지션인 3루수 박찬호에게 건넸다.
자신이 입고 있던 유니폼은 곱게 벗어 구단에 전달했다.
은퇴식까지 마친 이범호는 시원섭섭한 듯했다.
그는 선수로서 한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날 경기 마지막 타석부터 곱씹었다.
그는 “하늘이 마지막 타석까지 만루 기회를 만들어주더라”라며 “약간 빨리 스윙을 한 게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떠나더라도 KIA와 동료들에게 많은 성원을 보내 달라”며 “지도자의 첫 발걸음은 KIA에서 내디딜 것”이라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