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11 15:38
수정 : 2005.01.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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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대한축구협회의 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순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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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문화연대 등 축구협회장 선거 개혁요구
“중단! 밀실행정, 개혁! 축구협회, 합리적 축구행정.”
이 모든 화살은 정몽준 현 대한축구협회장을 겨누고 있다. “12년간 지속된 1인 권력 재생산”으로 “정몽준 친정체제로 흡수”된 축구협회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오는 18일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커지고 있다.
문화연대, 체육시민연대는 11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대한축구협회 개혁 및 합리적 회장선거를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불합리한 선거제도가 개선되기까지 축구협회장 선거일정 연기 △객관적 인사로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축구발전 토론회’ 개최 △축구협회의 법인화 △예산집행 내역 공개 및 세무조사 실시 등이었다. 이 자리에는 김호 전 수원감독, 차경복 전 성남감독, 박병주 전 엘지감독, 정희준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한형식 체육시민연대 상임대표, 스포츠 평론가 정윤수씨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런 요구사항을 내걸게 된 책임을 모두 정몽준 현 회장에게 돌렸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영광과 교훈을 뒤로 하고, 한국축구는 프로축구행정의 후진성, 관중수 격감, 선진축구마케팅 시스템 부재, 학원스포츠의 파행, 학벌 및 파벌주의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며 이런 문제들은 “근본적 자기혁신이 부재한 현 정몽준 체제의 무사안일주의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정몽준 회장을 겨누고 있는 만큼, 정 회장 체제의 연장을 재생산하는 선거제도가 비판과 요구의 핵심이다. 이들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하는 협회장 선거제도는 “전근대적”이라는 축구협회 행정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차기 회장을 뽑는 선거인단 27명 가운데 중앙대의원 5명을 정몽준 회장의 현 집행부가 추천하고 정 회장이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다.
“과거 찬조금으로 협회 운영하던 시절과 달라”
이를 두고 차경복 전 감독은 “과거 회장의 찬조금으로 협회를 이끌던 시대와 정몽준 회장이 축구협회의 엄청난 예산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시대는 분명히 다르다”며 “27표 가운데 5표는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선거인단 구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평론가 정윤수씨는 “축구협회는 경기장에서 백태클을 하지 말고 페어플레이를 하라면서도 정작 축구협회는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날 박병주 전 감독이 제기한 축구협회 행정의 문제점도 정몽준 현 회장을 겨누고 있다. “축구협회와 정몽준 회장은 대선을 의식해 축구를 정치화하는 쇼로 전락시켰다”, “정 회장은 2004년 회장 찬조금으로 12억여원을 냈지만 기부금보다 많은 13억여원을 판공비 등으로 쓰면서 개인홍보와 정치적 실익을 챙겼다” 등등. 박 전 감독은 “한국축구가 더 이상 정치도구화돼서는 안된다”며 “축구협회와 정몽준 회장의 독선에 용기를 갖고 맞설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국축구가 더 이상 정치도구화되어서는 안돼”
이날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가 발표한 ‘축구인 성명’은 정몽준 회장에 맞서는 이들의 갈등의 골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정몽준 회장 집행부는) 축구협회의 개혁을 요구하자 징계를 내리고, 지도자협의회 가입을 조직적으로 막고, 가입한 회원에 대한 폭언과 회유, 공갈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선거를 앞둔 상호간의 비방전’이 아니냐는 눈초리에 대한 해명도 나왔다. 그만큼 오는 18일 선거에서 정몽준 회장에 맞설 ‘대항마’로 꼽히는 김호 전 감독에 관심이 쏠렸다.
이에 대해 김호 감독은 “오해를 많이 하고 있지만, 지도 일선에 있으면서 시간을 못내가다 더이상 축구협회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판단에 따라 모임을 갖게 됐다”며 “축구협회가 투명성이 있었다면 오늘날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고, 축구협회장이 명예적 가치만 추구하면 안된다”고 정 회장을 비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분(정몽준 회장)만이 축구를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오는 협회장 선거에 (한국축구지도자협회 차원에서) 후보를 낼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만 하고 있을 뿐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은 오는 13일 오후 2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한국 축구행정과 축구 문화정책,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축구행정 개혁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또 축구협회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회장선거 장소에서 항의시위도 벌이기로 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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