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11 16:25
수정 : 2019.11.12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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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2 우승을 달성한 박진섭 감독(가운데)과 선수단이 지난 3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승기념 행사에서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광주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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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2년 초짜 지도자로 팀 2부리그 우승 견인
선수 시절 메모 습관 지금도 선수에 즉각 피드백
생각의 속도, 소통, 효율성 중시하는 전략가
조용한 말투 “언젠가 국가대표 감독 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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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2 우승을 달성한 박진섭 감독(가운데)과 선수단이 지난 3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승기념 행사에서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광주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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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놓은 전술이 20가지는 될 걸요.”(여름 선수)
“축구가 재밌어졌어요.”(이으뜸 선수)
프로축구 K리그2의 광주FC를 1부로 끌어올린 박진섭 감독(42)을 바라보는 선수들의 시각은 존경과 놀라움이다. 여름은 팀 주장으로 시즌 19경기 무패(13승6무) 행진 때 앞장섰고, 이으뜸은 2001년 고종수 이래 국내 프로선수 직접 프리킥 최다골(5골) 타이 기록을 일궜다. 박 감독 밑에서 성장한 선수들은 둘만이 아니다. 지난 시즌부터 붙박이 주전으로 득점왕에 오른 뒤 일본 진출에 성공한 나상호(FC도쿄)나 20살 이하 축구대표팀을 경험한 임민혁과 김정환, 엄원상 등이 그의 관리를 받았다.
선수 때는 ‘좌영표-우진섭’의 국가대표 풀백의 대명사였고, 공 차는 것이 예뻐 ‘꾀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선수와 지도자의 세계는 판이하게 다르지만, 부임 2년 만에 팀 사상 최다승(21승)·최다승점(73점)의 압도적인 기록을 산출했다. 박진섭 감독은 “내가 특별하게 한 일은 없다. 다만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중시하고 생각하는 축구, 재미있는 축구를 하려고 노력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밸런스란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11명 중 한 명이라도 정신줄을 놓으면 판이 흩트러진다. 모두가 하나의 판처럼 똑 같이 뛰기 위해서는 머리 속에 팀 전술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엄청난 집중력은 훈련을 통해 몸에 익는다.
10개 팀 가운데 최소 실점(31점)과 팀 득점 3위(59골)에 오른 것은 아기자기한 패스뿐만 아니라 롱볼까지도 활용하는 실리축구에서 나온다. 그는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 매주 경기가 있어 시간이 부족하지만 문제를 발견하면 반드시 빠른 피드백을 선수들에게 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이홍주 광주FC 홍보팀장은 “연습할 때 감독이 뛰는 모습을 보고 선수들이 놀란다. 공을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아이디어를 얻는 것 같다”고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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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섭 광주FC 감독. 광주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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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무풍질주에는 두 경기 당 한 골은 해결해준 브라질 출신 득점왕(19골) 펠리페의 공이 컸다. 하지만 상대의 집중견제를 받는 펠리페 카드를 이용해 동료 선수들에 공간을 열어주고, 그렇게 수비를 균열시키면서 다시 펠리페가 득점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준 것은 박 감독의 전략이었다.
말수도 적고 내성적인 박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경기 뒤 떠오른 생각을 메모해 두었다고 한다. 좋은 지도자를 통해서는 해야할 일을, 그렇지 못한 지도자를 통해서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적어두었다. 요즘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현재 프로무대에서는 K리그1 강원FC 김병수 감독의 축구를 눈여겨보고 있다. 축구인 출신인 기영옥 단장과는 확실하게 업무 영역을 구분하고 있다. 박 감독은 “선수 영입이나 선발진에 대해서는 단장이 내게 전권을 준다. 현장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물어보는 게 많다”고 전했다.
“산보다 바다를 좋아하는” 박 감독은 ‘지자요수’(知者樂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말은 어눌해도 “국가대표 감독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그대로 드러낼 때는 당차다. 선수들한테는 “2부라고 주눅들지 말라. 누구나 대표팀이나 다른 구단에 갈 수 있다”며 끊임없이 자극을 준다.
올해 말에는 광주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 지은 1만석 규모의 전용경기장과 클럽하우스가 완공된다. 내년부터는 숙소인 목포축구센터를 떠나 진짜 광주에서 밥먹으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선수들 눈높이에서 소통하길 좋아하는 그는 “준비 잘 해 돌풍을 일으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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