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27 19:25
수정 : 2006.02.2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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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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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인종과 종교, 빈부를 뛰어넘는 지구촌 대화합의 마당이다. 최소한 올림픽 헌장에 따르면 말이다. 과연 현실은 그럴까?
메달 획득 측면에서 보면, 역대 겨울올림픽은 유럽과 북미의 부자 백인들만의 잔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7일(한국시각) 폐막한 이탈리아 토리노 대회까지 20회 대회 동안 메달을 하나라도 딴 나라는 39개국에 그쳤다.
올림픽은 참가에 의의가 있다고 하지만, 어쨌든 유색인종과 제3세계는 한동안 ‘국외자’였다. 겨울올림픽 종목이 특성상 기후와 돈에 좌우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변화의 조짐은 두드러졌다. 미국의 샤니 데이비스가 개인종목(스피드스케이팅) 최초의 흑인 금메달리스트가 됐고, 자메이카 출신 라셀스 브라운이 캐나다로 국적을 바꿔 2인승 봅슬레이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백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피겨스케이팅에서도 ‘이변’이 일어났다. 일본의 아라카와 시즈카는 여자 피겨 개인에서 겨울올림픽 82년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아시아 선수가 됐다.
그렇다고 겨울올림픽이 나머지 반쪽을 찾았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 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대회에도 203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 중 40%도 안 되는 80개 나라만이 참가했다. 참가국 중에서도 70% 가까운 54개 나라가 메달을 한 개도 건지지 못했다.
반면, 금메달은 84개 중 74개를 유럽과 북미가 독식했다. 또 상위 9개 나라가 전체 금메달의 80%(67개)를 휩쓸었다. 지구촌의 절반 이상이 ‘겨울축제’에서 소외된 셈이다. 언제쯤 겨울올림픽이 진정한 지구촌의 축제가 될까?
토리노/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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