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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6 21:58 수정 : 2019.11.27 17:45

한국 7인제 남자럭비대표팀을 2020 도쿄올림픽 본선에 올린 박완용 주장(왼쪽부터)과 혼혈 귀화선수 안드레 진 코퀴야드, 역전 트라이의 주인공 장용흥이 25일 인천 송도 오라카이호텔 로비에서 스크럼 자세를 취하고 있다.

럭비도입 96년 첫 올림픽행 대표팀 3인방 인터뷰

주장 박완용 “다음 세대 위한 일념으로 뛰었다”
결승점 장용흥 “에너지 30%, 그래도 달렸다”
혼혈 귀화 안드레 “시스템이 일군 승리다”

“33일간 소집해 수개월 훈련한 홍콩 격파”
진천선수촌 시설과 스포츠과학원 지원 큰힘
올림픽 전략 지금부터 세밀하게 짜야 지적

한국 7인제 남자럭비대표팀을 2020 도쿄올림픽 본선에 올린 박완용 주장(왼쪽부터)과 혼혈 귀화선수 안드레 진 코퀴야드, 역전 트라이의 주인공 장용흥이 25일 인천 송도 오라카이호텔 로비에서 스크럼 자세를 취하고 있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간다.” “아직도 어리둥절하다.”

2020 도쿄올림픽 7인제 럭비 본선 진출권을 딴 다음날인 25일. 숙소인 인천 송도 오라카이호텔 로비에서 만난 대표팀의 주장 박완용(35·한국전력)과 결승 트라이를 성공시킨 장용흥(26·NTT), 혼혈 귀화선수 안드레 진 코퀴야드(28·대한럭비협회)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검게 그을린 얼굴의 피곤함 뒤에는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만족감이 충만했다.

“결승까지 딱 33일 훈련했다. 용흥이는 합류한 지 2주도 안 됐다. 모두가 미쳤다. 다음 세대 후배들을 위해 뛴 것 같다.” 맏형 박완용이 말문을 열었다. 우리말에 능수능란한 안드레는 “홍콩은 15인 대표팀이나 7인 대표팀이 구분돼 있어 몇 개월 장기간 훈련을 해온 팀이다. 우리는 마음과 열정으로 이겼다”라고 거들었다. 결승 홍콩전에서 연장 ‘기적의 트라이’로 한국의 우승을 이끈 장용흥은 “체력이 30% 상태였는데, 죽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달렸다”고 회상했다.

최근 10년간 아시아 7인제 럭비에서 한국은 강호 일본과 홍콩에 밀렸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동메달에 그쳤다.

전후반 40분씩의 15인제와 달리 전후반 7분씩의 7인제 럭비는 담당해야 할 공간이 너무 커 체력적으로 몹시 힘들다. 또 개인능력과 순간 판단력이 크게 작용한다. 상무를 포함해 실업팀이 4개에 불과한 한국에서는 7인제 대표팀을 그때그때 꾸리는 형편이다. 안방 대회라 기후나 시차 등에서 이점이 있었지만, 홍콩전 승리는 위기에 강한 한국인의 특성이 나온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홍콩과의 결승전에서 후반 트라이로 동점의 발판을 놓은 박완용은 “사실 목숨을 걸 듯 뛴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다. 럭비가 조금이라도 더 대중의 관심을 받고, 후배들이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꼭 티켓을 따야 한다는 일념밖에 없었다”고 했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몸상태가 좋지 않은 장용흥도 “팀을 위해서라면 아픈 것도 없다. 그게 럭비다”라고 강조했다.

서천오 7인제 럭비대표팀 감독과 과학적 방식으로 선수단 전력을 관리한 찰리 로 수석코치.

안드레는 새로운 시스템을 강조했다. 대표팀은 이번에 처음으로 지피에스(GPS) 장치를 몸에 달고 경기했다. 남아공 출신의 일본유통경제대학 코치 찰리 로가 순간 심박수 200을 넘나드는 선수들의 몸상태와 주파 거리를 체크하면서 선수 교체 타이밍을 잡아냈고, 상대방 전력분석까지 꼼꼼한 부분에서 도와줬다. 천연잔디 운동장과 웨이트 훈련장, 치료실, 회복실을 갖춘 진천선수촌의 시설과 스포츠정책과학연구원의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

찰리 로 코치는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공격할 때와 수비할 때, 시작할 때와 멈출 때를 구분했다. 팀 단합이 일군 성과”라고 평가했다.

럭비는 1924년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사라졌다가 2016 리우올림픽에서 7인제로 부활했다. 1923년 국내에 럭비가 도입된 이래 한국이 올림픽 무대에서 첫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 서천오 감독은 “이제는 좌고우면할 것 없다. 대표팀 경기력 향상을 위한 아이디어는 준비돼 있다. 협회부터 단합해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할 일만 남았다”고 했다.

선수들은 이제 각 팀으로 돌아갔다. 12월께 다시 소집되면 이번 대회를 되돌아보면서 새해 올림픽 전략을 본격적으로 짜게 된다. 박완용은 “올림픽 12개 출전팀 가운데 우리가 약팀일 수 있다. 하지만 ‘원팀’의 정신과 과학적 시스템으로 무장하면 이변을 만들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대표 선수들의 시선은 이미 도쿄에 가 있다.

인천/글·사진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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