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7 19:14
수정 : 2020.01.1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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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올림픽기념관에 전시된 손기정 선생의 사진.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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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금메달리스트 가운데 상단에 배치
일본 스포츠 역사의 한 부분으로 평가
방송에서도 “조선인 출신 메달” 보도
국내 학계 “두 나라에 걸친 역사 인물,
각자 자기의 역사로 해석하는 경향 있어”
손기정기념재단 “최소한 협의라도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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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올림픽기념관에 전시된 손기정 선생의 사진.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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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손기정 선생(1912~2002)이 일본올림픽박물관에 역대 금메달리스트로 전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손기정 선생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당시 일본 국적, 일본 이름(기테이 손)으로 출전했다. 일본 스포츠 역사의 한 부분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일장기 말소 사건’의 상징적 존재이고, 우승 뒤 ‘슬푸다!’라고 친구에게 엽서를 보낸 선생의 행적으로 보면 명과 암이 느껴진다. 국내 손기정기념재단 쪽에서는 “미리 전시와 관련해 협의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2020 도쿄올림픽 주 경기장 옆에 신설된 일본올림픽박물관은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방문객이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역사·상징은 물론 올림픽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일본의 역대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 올림픽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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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올림픽박물관에 전시된 역대 금메달리스트 사진.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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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 선생의 경우 일본의 역대 금메달리스트 전시 패널의 가장 상단에 배치돼 있다. 베를린 올림픽 당시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고, 아직 일본 남자마라톤에서 금메달리스트가 나오지 않은 만큼 일본 스포츠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일본의 엔에이치케이(NHK)가 최근 올림픽특집 다큐멘터리에서 “조선인 출신으로 일본 국적으로 대회에 출전했다”는 내용으로 손기정 선생을 조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손기정 선생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식 기록은 일본 국적으로 돼 있다. 대한체육회 쪽은 “손기정 선생의 국적을 한국으로 바꾸기 위해 오래전부터 줄기차게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접촉해왔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역사적으로 일어난 사건’은 바꿀 수가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지난해 더 이상 이것을 이슈로 삼지 말아 달라며 최종 통보까지 해왔다”고 밝혔다.
국내 스포츠사학계에서도 국적 변경 등의 문제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조준호 한국체육대학 교수(스포츠사)는 “한국과 일본은 서로 시각이 다르다. 일본에서는 일본의 역사로 여기고 있고, 우리는 우리의 역사로 해석한다. 다만 국제올림픽위원회나 일본 쪽에서도 손기정 선생이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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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올림픽전시관에 설치된 역대 메달리스트 명판.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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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승 손기정기념재단 사무총장은 “일본올림픽박물관 전시와 관련해서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 미리 알리고 협의라도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것이 손기정 할아버지에 대한 예의라고 본다”고 밝혔다. 손기정 선생의 외손자이기도 한 이준승 사무총장은 “국적 문제는 어떻게 할 수 없더라도 성의는 보여야 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일본올림픽위원회에서 조문조차 오지 않았다. 일본 쪽에서 손기정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평가한다면 평소에도 최소한의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올림픽박물관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박물관에 일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사진을 모아둔 전시물이 있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박물관을 관리하는 일본올림픽위원회(JOC)와 2020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창금 이준희 기자
kimck@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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